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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b Feb 02. 2024

건방진 녀석

https://youtu.be/r8nIRnDKjF4?si=kOMYuP4pdgOViWvn


세 번의 음주운전, 그리고 은퇴. 은퇴라고 말한 적은 없다. 그가 야구를 그만둔다고 말한 적은 없었다. 그는 현재 미국에서 야구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지낸다.

한 야구 선수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내가 흥미롭게 지켜보는 것은 그가 이번에 가르치게 될 선수, 수강생이다. 그를 지원해주는 한 은퇴 선수의 팬이었기에 관심 아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는 그 팀에서 그런 존재였는지 모른다. 덕분에 팬이 많지만 때문에 안티도 많은 듯한. 거의 대부분의 스타 플레이어들이 가지게 될 운명, 숙명이 아니었을까.

이 이야기는 공항으로부터 시작하며 그들이 로스엔젤레스의 한 해변가를 뛰며 스토리가 전개된다. 공부 좀 하겠다고 그렇게 외국까지 건너가는 게 무슨 의미일까. 그런 낯선 곳에서, 그토록 멋진 곳을 뛰고 움직이다 보면 무언가 다른 기분이 느껴졌으니까. 그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인지 모른다. 조금 더 다양한 것을 보며 조금 더 자신을 보게 되고 그것이 자신 있는 기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 과정이 생략된다면 아무 의미 없는 것이겠지만.

이번에 그가 가르치게 될 선수는 놀라운 잠재력을 지녔지만 기대 만큼 하지는 못하는 선수다. 그 기대치가 너무 높은 탓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코치는 말한다. 타구 속도가 좋은데 왜 굳이 라인 드라이브로 쳐? 그러자 그는 아무 말도 못한다. 그건 자기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니까. 코치는 자신 있게 말한다. 그는 어딘지 거만해보인다. 그 앞의 덩치 큰 수강생은 무척이나 소심해보이고. 나는 그 그림이 재미있었다. 두 사람 모두에게 좋은 효과를 기대할 만한 조합처럼 보였다. 그래서 부르고 온 것이었을까.

코치는 계속 그런 말을 한다. 뭐가 두렵냐고, 경기장에서는 내가 최고지 하는 말을 계속해서 한다. 그 덩치 큰 수강생은 한 번도 그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언제나 팀을 위한다는 말만 할 뿐 자신이 발전하는 일은 마치 뒷전인 듯 말했다. 한 개인이 없으면 팀은 존재하지 않는다. 팀이 없으면 그 개인들은 모이지도 않았겠지, 때로 나는 그런 부정적인 생각을 한다. 코치는 의도적인 말을 하고 그것에 대한 반응을 살피려는 듯하다. 끝내 자신의 반사적인 무언가를 드러내 보이지 않는 그 덩치 큰.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그것보다 더 큰 의지는 아마 없을 것이다. 그의 배트는 날카롭게 돌아가며 무거운 공을 저 멀리 날려보낸다. 누가 보아도 엄청난 재능인 것 같은 모습을 드러내며 코치 역시 기대를 나타내게 된다. 내가 그곳에서 건방져 보일 이유는 없지만 내가 그 분위기에 눌려 기죽어 있을 수는 없다. 미국 땅의 선수들은 어떤 공을 던지고 날려보낼까. 그 세계를 경험해본 자들은 모두 다르다고 말한다. 조금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할 때 자신도 모르게 변화하는 나를 보게 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흐른 후에는 그 변화가 무섭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때서야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있는 곳에서 내가 두려울 게 뭐가 있나 생각한다. 

내가 그들이 던지는 공을 쳐낸다면. 그전에 그 공을 보면서도 놀라지 않고 당황하지 않을 수 있다면. 

그 예술의 도시라는 곳에서 글쓰고 사진 찍으며 그곳에 머무는 자들과 경쟁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나는 겁을 상실하기 시작했다. 그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도 모른 채 깊이 빠져 들어갔다. 내가 아직 아마추어의 모습일 때 그 모습을 우러러볼 필요는 있다. 그런데 현실은 프로이기에 그 괴리 또한 크다. 그 거리를 좁히는 일은, 그 극단적인 감정을 스스로 컨트롤하는 일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었다. 

나는 내가 야구선수를 했으면 무척 잘했을 것 같다. 타고난 재능이란 없다 믿는 나는 환경에 지배당하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타고나는 것은 신체 구조와 내면의 구조 뿐이지 않은가. 바람의 손자는 바람의 아들의 아들이어서 그렇게 야구를 잘하는가. 그럼 그 덩치 큰 수강생보다 더 덩치 큰 그 선배는 그런 선수가 될 수 없었을 것이 분명하다. 아주 큰 몸을 타고난 건 분명 큰 재능이지 않았는가. 그럼에도 그 도시로 온 어느 일본인 투수는 180cm도 안되는 키로 그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투수가 되어버렸다.

올해는 그곳에서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그와 함께한 다른 수강생을 보며 사람은 잘 안 바뀐다는 생각도 든다. 그 모습 그대로이길. 이 영상 속 프로 선수들의 말을 들어보니 저마다 한 가락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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