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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b Feb 05. 2024

'No Country For Old Men'


동전의 앞과 뒤 중 하나를 선택하라 하고는 운에 맡기라 한다. 이 영화 속 철학적인 물음이 담긴 명장면이라 하지만 나는 별생각 없었다. 그저 그 상황이 당황스러웠고 재미있는 연출이라 생각 들 뿐이었다. 주인공의 성격을 나타내는 장면이기도 한데 특별히 조명할 만한 신은 아니었다. 두 남자가 서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으로 감동받을 사람이 있을지도 의문이고. 그렇기에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이 요구됨을. 표정 하나로 사람들을 웃게 하고 울릴 수 있으면 감독 입장에서는 엄청난 행운일 테니. 그 행운을 찾기 위한 그들의 노력은 조명될 만하지 않을까. 누가 이 역을 맡게 할지.

오히려 유머가 느껴지는 장면이라 할 수 있었는데 주인공이 가장 많은 대사를 하는 지점이기도 했다. 그 배우는 그 영화에서 그리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찬사 받은 것은 그 분위기 때문이었는지도. 이 영화는 작품적으로도 상업적으로도 크게 성공했다. 살인을 다루는 것은 사람들이 꽤 관심을 가지는 이야기이다. 나는 왜 어떻게 봤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좋아하던 감독이 좋아한 감독이 만든 영화라는 것은 알았다. 그게 결정적인 이유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보면 그 감독이 자신의 영화에서 보여준 연출과 그 연출은 흡사했다. 두 배우가 총을 가지고 게임을 하다 한 명을 죽이게 되는 그 장면과도 비슷하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누구 하나가 죽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죽음이란 운이 아닐까 묻는 것에서 비슷한 시선을 읽을 수 있을 듯했다. 아마도 관점의 문제가 아닐까. 꽤 진지하게 누굴 죽이고 하면서도 웃긴 장면들을 보여준다. 이 영화에는 유머가 널려있지만 매우 절제되어 있다. 모든 촬영이 정적이고 흥분되어 있지 않은데 그래서 더 차가운 물이 흐른다. 작품마다 강이 있다면 그 물줄기를 따라가는 것은 감상자의 몫이다. 메말랐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그 건조해 보이는 아메리카의 땅 위에서 말이다. 

너무도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누구를 죽이고 하는 일이 많고 이 영화에서 또한 그렇다. 주인공의 목적은 단 하나, 돈을 찾는 것이다. 그런데 누구를 죽이는 일에 특별한 목적 같은 것은 없어보인다. 그 어떤 논리적인 이유도 없는 듯했다. 요즘 이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들처럼 그렇다. 자신이 화가 났기에, 그런데 이 영화 속 주인공은 별로 화가 나 보이지 않았다. 그것마저 숨기고 있는 듯 조용히 하나 둘 없애버린다. 그게 이 시대의 트렌드라면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보안관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고 느끼는 것이다.

보안관의 말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그러나 그 배경으로 꽤 멋진 풍경을 담아낸다. 차라리 사진에 가까운 것들을 나열하며 이게 영상 작업이라는 것을 믿도록 한다. 아주 조금씩은 움직이니까. 사물이든, 카메라가 고정되어 있지 않아 조금 흔들리든 간에 말이다. 아마도 핸드헬드 기법이었을 것이다. 영화 속 모든 장면들이. 그 어떤 지지대에도 카메라를 올려두지 않는 것. 오직 인간의 손에서만 작동되도록 허락되는. 그 기술의 약점은 화질이 선명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인데, 나는 사진 영상 창작자라면 화질에 목숨을 걸지는 말아야 한다 주장한다. 움직임이 없는 것이 필요하다면 모를까. 

이 영화가 보여준 희망이라면 그래도 아직은 인간 손에 의해 인간이 죽고 있다는 것. 그런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라면 그게 설명이 된다. 물론 그걸 일일이 다 확인할 자신은 없지만. 아닐 수도 있고. 그런데 그런 의도가 나는 있다고 느꼈다. 지금의 나이 어린 인간도 언젠가는 그 보안관처럼 될 수 있다는 말을.



보안관에 대한 로망이라도 있었던 걸까. 그 나라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그런 마음이 있는지도. 그가 그토록 초라해지고 약해지는 것이 그 흐르는 물의 마지막 모습이었는데 그곳에는 물이 고여 있지 않았다. 그 풍경을 보고 있자니 꼭 입이 마를 듯이. 

"Agua.. agua.."

또 다른 주인공을 향해 그 멕시코 남자가 힘 없이 내뱉는 한마디였다. 

"물은 없소."

그리고 그 주인공이 던지는 한마디는.

"늑대 같은 건 없소."

두 번째 물음과 그것에 대한 두 번째 대답은 그런 것이었다. 그렇다면 인간은 훗날 도대체 어떤 존재에 의해 죽임 당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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