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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b Feb 08. 2024

Schizophrenia


나는 그것을 자발적 격리라 부를 것이다. 


사람들은 서울, 게토로 몰려든다. 그곳은 자유로운 수용소에 불과할 뿐이라며 냉소할 것이다. 아침이면 커피 가게 앞에 줄을 서고 점심 때도 밥을 먹으려 줄을 선다. 저녁에도 줄 선다. 숨이 막힐 정도의 고통을 참으면서까지 열차를 타고 이동해 오늘 저녁도 시들시들하다. 그렇듯 돌아오는 길은 늘 어둡다. 그곳에 과연 희망이 존재했던가.

한 남자를 만난다. 물 한 병을 손에 쥔 채 광장 어딘가에 털썩 앉은 사람을 보았다. 그러더니 그가 내게 다가와 말을 거는 것이었다.

"지금이 몇 시죠?"

시간 가는 법을 몰라 나는 꼭 그것을 확인하고 다녔다.

"7시 30분요."

정작 그는 어리석다는 듯 웃음을 보이는 것이었다. 내가 아는 시간을 알아차리고는 그게 마치 바보 같은 짓이라는 듯이. 그의 옷차림은 어딘지 허름했고 소매는 너덜너덜했다. 조금 더 헤진다면 그 옷은 영락없는.

정서적 학대를 경험하지 못한 나는 알지 못했지만 그것이 살인의 시작점이라고도 말하는 그였다. 돌아오는 길 버스 안에서 그 책을 읽는다. 그 시간이면 늘 집으로 향한다. 친구를 만나 술 마시지도 않아 아침 내 머리는 멀쩡하다. 그건 밤마다 술을 마셔 알코올에 찌든 자의 글일 템이 분명하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지? 음주운전이 살인행위와 같다는 말에도 나는 의아해하고는 했다. 밤마다 술을 마시지 않아 나는 그런 것일까.

우리가 그 일에 대해 논할 때 그 여자는 자리를 피해 밖으로 나가버렸다. 창문 밖으로 그 모습이 훤히 보였고, 그 걸음은 빨랐으며 그의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리는 것이었다. 그 순간에는 고개를 푹 숙인다. 다시 고개를 들어 횡단보도를 건넜고, 그가 돌아볼 것 같지 않아 한동안 그 모습을 주시한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그러고는 말끝을 흐려 나는 무슨 말을 해줄까. 어떤 말을 하며 안심시킬까. 너와 나는 영원히 헤어지지 않으리라고.

"우리가 여기서 탈출할 때 너와 나는 한 몸이겠지?"

그 날도 그 남자는 그곳에 있었고, 또 한 번 일어나 걸어 내 앞으로 다가오는 그는 그곳에 멈춰 시간을 묻는다. 오늘도 역시.

"7시 30분요."

그가 말하기에 앞서 나는 먼저 말한다. 그러겠다 다짐한다. 그날 밤 침대 위에 누워 그 일을 곰곰히 생각하던 나는 결국. 문득 그 생각이 났던 나는 그 날 그 남자에게서.

"지금이 몇 시죠?"

"당신이 내게 말하지 않았나요? 그 시간에 그곳으로 오라고. 이곳에 오면 나를 볼 수 있을 거라면서. 나는 늘 이 시간에 당신을 기다려요. 언제올지도 모를 당신을."

이곳에서 나를 구원해 주겠노라 나타날 그 모습을.

나는 그를 믿고 따르게 되며, 그러나 떠난 그 여자의 뒷모습이 떠올라 자꾸 눈물 흘릴 수밖에 없었다.


https://youtu.be/wc7Lksz1aBM?si=6vtJ3iMmIHaksL-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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