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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b Feb 19. 2024

Dr. Ahn의 치료법


한 국회의원은 의대 정원수를 2000명 늘리면 10년 뒤 서울에 2000개의 피부과가 만들어질 것이라 했다. 그런 말을 한 국회의원은 의사 출신 정치인 안철수였다.

나는 모든 어려운 일에 길이 있다고 믿고 어떻게든 가보려 하는데 그 문은 내게 너무 단단했다. 의대 정원을 증원하는 이유는 대충 알겠는데 의대 정원을 증원하려는 이유를 잘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럴 것만 같았다. 의사 수를 늘리는 건 고령화 시대인 지금 어쩌면 직면한 당연한 과제일지 모른다. 노화는 피부에서 바로 드러나는 것이었고, 절대 속이지 못할 것은 인간 껍질의 모양인 모양. 이번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첫 번째 키는 결국 안철수의 한마디였다.

검색어로 의대 정원 반대만 쳐도 이유라는 단어가 곧 따라붙는다. 그 이유를 아는 건 너무 쉬워진 일. 지방 의사 수가 부족하고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와 같은 기피과에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는데. 의사들이 서울에서 피부과 성형외과 병원 문을 여는 건 성공할 수 있는 길이라는데 이번에 집단 사직서를 제출한 것은 상당수가 대학병원 의사들이다. 의대 정원 증원 방침을 밀어붙여도 피부과 성형외과가 문 닫을 일은 없다는 것인데 일이 더 복잡해진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 안철수라는 이름을 검색해 보고는 한다. 그는 말했다. 의사 과학자가 필요하다, 환자를 치료하는 것보다 병의 원인을 발견하고 치료 방법을 개발하고 실험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야기한다. 정확히 자신을 드러내보이는 한마디였다. 나는 더는 안철수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 말하지 않을 것이지만 그가 좋은 비전을 제시해왔다 말하는 것에 대해서는 주저치 않으려 한다. 그의 단점이라면 늘 첫째 둘째 셋째 해결 방법을 차례대로 나열하는 컴퓨터적 문제 해결 제시 방법이라는 것인데 

나는 의사가 아니라 잘 모르지만 그들의 심리에 대해서는 조금 안다. 그럴지도 모른다. 내 가슴 위에는 크고 뚜렷한 흉터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수술을 집도한 의사의 초점 잃은 눈동자를 본 적이 있었기에. 가슴 위로 그어진 그 십자가와 같은 것을 보며.

그 사람을 구원자처럼 여기며 살아온 나는, 그러나 훗날 그는 내 앞에서 구원자이기를 포기할 사람 같은 눈빛을 보였다. 다섯 살 흉부외과 환자는 잘 자란 모습으로 나타났다. 늘 수치스러운 것으로 여겼지만 내 피부 위의 흉터는 이제 자랑스러운 것이 되었다. 그렇기에 나는 그들이 다시 용기를 가지기를 희망하는 마음이다.

이번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무책임하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이 문제를 조금 더 넓은 시선으로 바라봐주기를 바라는 생각이다. 의사와 검사가 경쟁하는 꼴로 비춰지면 매우 곤란해진다. 모두 인간이 하는 일인데 이제 그 틀에서 벗어나기를. 검찰 독재라는 말에 스스로 휘둘리는 것은 아니었는지.

한 비대위원장으로 일으킨 새 바람이 잠잠해지면 다시 위기의 계절이 찾아올 것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계속 오르는 결정적인 이유였는지도 모른다. 위기는 절대 즐길 수 없는 것이었다. 그건 어차피 지나야 할 일이지 않았던가. 단지 피할 길이 없기에, 등을 보이고 달아나면 더 많은 총알이 날아오기에 일단 자세를 낮춰야 한다. 그리고 이 일에 맞서 정면 승부하기를.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2070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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