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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b Feb 21. 2024

'동조자'

https://youtu.be/wr7hBPhXrus?si=rPOnIVy6hnZkoWZf


똑같은 피부 색깔과, 같은 피가 흐르는 인간들이 서로를 향해 총을 쏘고 기어이 자신의 피를 보게 하는 일은 인류가 도대체 어떤 식으로 진화해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인지.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닌가. 나는 그날을 기억할 수 없어 알지 못하지만 인간은 처음부터 서로를 죽이고 해하려 들었는지도 알 수 없다. 그런 꿈을 꾸게 된다. 부디 그곳에서 그런 광경이 펼쳐지지 않았기를.

1955년에서 1975년까지 인도차이나반도에서는 잔인한 전쟁이 벌어진다. 베트남은 그렇게 둘로 나뉘어 싸웠고 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한다. 그것보다 더 큰 상처는 그렇게 남은 기억이었을 것이다. 내가 아는 것은 그런 기억을 지우지 못해 눈을 감는 것이란 얼마나 무기력한 일이었던지. 부끄러운 얼굴을 감출 수 없어 차라리 아무것도 보지 않기를 원하게 된. 나는 동족을 죽였다. 그가 같은 민족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다는 말이 얼마나 비참하게만 들릴지. 그러나 그들 목적을 기획한 것은 누구였으며 또 통일이라는 결과를 이룩하게 만든 것은 도대체 누구의 손에 의한 것이었나.

어느 순간에는 그저 다른 사람 의견에 고개 끄덕이는 것만으로 그 사람은 내게 큰 동질감을 느낄 테니. 동족이란 게 도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누군가는 자신의 말에 보조 맞춰줄 사람을 찾는다. 그게 그 순간에는 자신에게 필요한 유일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 긴 세월을 같은 땅에 함께 살아오며 그러나 그 짧은 순간의 대립으로 영원한 상처를 안는다. 결코 지워지지 않을, 그리고 역사에서 사라지지 않을 기록들이 남게 된다. 그들은 후회할까, 아니면 잊은 척 사는 것이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 그냥 꺼내고 싶지 않은 이야기일까.

한 명의 한국인 영화감독이 일곱 편의 시리즈 중 세 편의 시리즈 연출을 맡은 이 미국 드라마는 한 베트남계 미국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동조자'. 결국 같은 이름을 한 영화와 소설이 될 테지만 두 분야는 서로 다르다. 같은 혈통이라 할 수 없을 만큼 나는 완전히 다르다 보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이야기가 있고 사연이 있었다. 소설과 영화, 드라마는 존재하지 않을 세상을 창조해낸다는 점에서 완전히 닮았다. 그럼에도 그들은 싸울 수 있고 전쟁을 치를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된다. 잘 모르겠다. 결국 진화를 위해 또는 발전하기 위해 서로를 괴롭히고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려는 게 과연 옳은 일이었는지. 내가 기대하는 것은 늘 독립이었다. 자신으로부터 떠나라~ 그렇다면 당신은 어느 순간 위대해질 것이다 나는 믿었다. 너무도 무거운 것, 때로는 너무 쉽게 분열되고 마는 것이라는 점에서 서로 닮았지만 국가와 개인의 입장은 그 사이로 선을 그어야 할 만큼 크게 다르다.  

베트남 전쟁은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이념의 대립, 싸움이기도 했다. 더 알고 싶지 않은 것이기도 하다. 나조차도 그 싸움이 지긋지긋하기에 더는 큰 관심 없는 것이 됐다. 문득 그 순간 그 장면을 떠올렸다. 원작 작가와 영화에 출연한 베트남계 미국인이 만났을 때 그들은 서로 어떤 언어로 이야기했을까 그건 궁금했다. 당연히 영어였겠지. 그들이 베트남어를 기억하는지 아닌지 전혀 알지 못하기에 내가 그릴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었다. 그 기분이 얼마나 이상했을까. 베트남의 모습을 한 채로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가졌다는 걸 알며 서로 동질감을 느낄 때 그 감정은 얼마만큼 복잡미묘했을지. 

미국 땅에 정착한 사람들의 이야기. 나는 단 한 번도 아메리칸드림을 그려본 적 없지만 그 대륙에 사는 사람들이 그려온 것이 문득 궁금해졌다. 미국이 이루어지기를, 또는 미국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모여 얼마나 아름다워졌는지를 알면 그 국가가 얼마나 무시무시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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