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윤범b Mar 08. 2024

Walk


패션이 상업적인 예술이라면 사람들은 그것에 물들어있다. 내 몸은 그것으로 뒤덮였다. 이건 큰 거래이기도 하다. 아주 가끔은 비싼 돈 주고 사치스럽게도 포장하지만 몇 년 가는 것이기도 하니. 지난 여름 겨울에 입을 코트 한 벌을 샀다. 십 년 입을 각오를 하고 질렀던 것이다. 그럼에도 난 그 가치를 알고 있다 생각한다. 나는 그 디자이너의 창작품을 산 것이라고.

프라다, 버버리, 디올, 알렉산더 맥퀸 등등 내게는 꼭 구매해보고 싶은 옷의 브랜드 목록이 존재한다. 다 거론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그런데 이미 배가 불러 있다. 며칠 전 꼭 사고 싶었던 카디건 하나를 인터넷 주문해 샀기 때문이다. 지제로 바이.. 그 니트 카디건은 고등학생 때 부산대앞 신풍남이라는 보세 의류 매장에서 사 서른이 되었을 땐 축 늘어져 빈티지스러운 연출을 했던 그 카디건처럼 기장이 길다. 십 년 입을 각오로 산 그 코트는 20대 때 말배추라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산 코트의 2탄 격이기도 하고 말이다. 마치 제 2의 전성기를 준비하듯 여러 벌의 옷을 장만하고 갖추었다. 당장 전투에 들어가도 문제 없을 만큼 채비가 되어 있다. 아더에러로 향한다. 이 프로젝트의 마지막 점을 찍기 위해서. 아더 서면 스페이스에서 내가 산 것은 조그마한 악세사리 하나 뿐이었다. 이번에는 반드시 옷 한 벌 건져오겠다며 다짐하고 떠났다. 그러나 빈손이었다. 두 벌의 옷을 입어보고 나오며, 두 번째 옷을 벗고 피팅룸을 나오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내가 보수적이가?"

꼭 고개라도 갸웃거릴 듯이 말이다. 아더에러 디자이너의 실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들은 그저 하나의 팀으로 움직인다 말할 뿐이다. 그러면서도 넌지시 힌트 하나를 건넨다.

'우리는 소위 말하는 비전공자들입니다.'

옷은 현대인들에게 하나의 집 건축 공간이기도 하며 그렇기에 혁신이 필요하다. 여전히 프라다 코트를 입고 알렉산더 맥퀸 스니커즈를 신는 꿈을 꾸지만 이제는 이 나라에도 훌륭한 옷을 만드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더에러 같은 브랜드도 있고 말이다. 나는 중독된 것이 아니다. 몇 푼 벌어 그런 식으로 탕진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결국 또 옷 가게로 들어가고 마는 내 모습은, 그러나 그건 스스로를 끝으로 몰아붙이기 위한 일이기도 한 것이다. 나는 사치를 즐기고 있다. 언제나 회사에서 더 나은 대우를 해주기를 바라며. 그들은 연말이 되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큰 돈을 기부하거나 봉사 활동 같은 것을 한다. 그러면 나는 뭐가 되는 거지?

빈곤 아동을 위한 세금을 온 국민이 낼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 보았다. 버버리... 그런 브랜드들은 분명 수익의 일부분을 사회적 활동을 위해 내놓을 것이다. 구매자들은 간접 기부를 하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그들 옷에 수천만 원을 쏟아부은 사람들은 더더욱. 책임에 대한 명분을 이해할 수 없는 것뿐, 아니면 증거라든지. 그걸 알게 하는 방법은 직접 돈을 내게 하는 것뿐이지 않은가. 내가 그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을.

나도 부자가 되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성금하는 등 좋은 일을 하고 싶다. 그러나 최저임금 받으며 사는 사람들도 남을 도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 회사 회장과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 깨우칠 수 있도록. 

쇼핑 중독에 빠진 내가 가야 할 곳은 더 이상 재활원이 아님을. 스스로를 일으켜 세운 뒤에 나는 다시 걸어갈 것이다. 당당한 그 걸음의 끝에서 나는 다시 그를 만날 것이다. 패션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다. 그러나 내 일은 분명 사람들 머리를 뒤흔들어놓아야 하는 것이라는 것을. 


https://youtu.be/HkCTLEiK508?si=VH3qnaykOhxCqKSb

작가의 이전글 파리가 내 몸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