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윤범b Mar 10. 2024

아름다워지기를


옷 사는 일에 미쳐 그래도 그 끝에서 멋진 그림 멋진 사진을 볼 수 있지 않았는가. 가여운 것들, 'Poor Things', 연이 닿으면 꼭 보고 싶다 생각한 영화였는데, 그 얼굴 앞에 서니 마치 모든 감각을 집중시킬 듯했다. 줄 맞춰 걸려 있던 그 옷들이 모두 잊히고, 다만 영화관을 나오며 술 한 잔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나는 영화가 소설을 원작으로 두며 점점 그 세계를 잡아먹는다 주장한 바 있다. 그건 변하지 않은 생각이다. 그 감독도 조금씩 말이 많아진다 생각했다. 영화가 시작되고 장면 장면 감동을 선사한 뒤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말이다. 그건 너무 큰 흔들림이었다. 내 마음은 나무처럼 꼿꼿했지만 그 끝 감각들은 그렇지 않았다. 영화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지점에 닿았다 말하고 싶은 장면들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칼라로 화면색이 바뀌고 현실로 돌아오는 느낌이었지만 꿈같은 순간들이었다. 내가 자막에 집중한 게 잘못인가. 점점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더니 내 마음에는 초반 그 감동들이 사리지고 없었다. 그 즈음 되면 다시 큰 감동이 찾아왔다. 그렇지만 설득력 있었다. 왜 그런 대사들이 있어야 하는지, 그토록 많은 정사 장면에 왜라는 의문을 가질 사람도 있을 것처럼 인간 성장 과정에서 빠질 수 없는 이유들로 그려졌다. 

내가 어른이 된 것처럼 영화도 그저 시선을 놀라게 하는 것에 그치지 못해 많은 다양한 감각을 건드리고야 말았다. 공상이 좋아 과학을 하는 영화가 있다면 이 영화는 그런 학문들이 좋아 인간을 그리는 모습처럼 비춰졌다. 눈도 귀도, 내 머리도 새로 태어나는 것처럼 다른 세계를 경험한다. 나는 극장에서 나오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내 생각을 표현할 마음에 얼른 밖으로 나가고 싶어진다. 나는 그런 영화가 좋았다. 몇 년이고 많은 영감을 주며 늘 큰 용기를 심어주곤 했으니 기댈 수밖에 없다. 그리고 홀로 설 것이다 다짐한다. 내겐 그런 영화가 내게서 가장 가까운 엄마를 느끼게 하는 젖과 같아 잊을 수 없다. 아마도 그 흔적을 지울 수는 없을 듯하다. 내 이야기 곳곳에서 그런 흔적은 아마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넘어서야 함을.

그는 멋진 도시들을 여행한다. 한 매력 넘치는 남자가 그 여자를 이끌었다. 나중에는 아주 멍청한 인간이 되고 말지만 그땐 그랬다. 잠시 벗어나 두 배우가 함께 연기할 때는 연극을 보는 듯 오직 두 배우에게로만 감각을 집중시켰다. 그런 것도 영화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도록 만드는 요소였는지 모른다. 아무튼 찬사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 여자가 런던으로 돌아왔을 때, 그래서 나는 이 영화가 결국 큰 감동으로 마무리될 것을 짐작했는지도 모른다. 나중에는 마크 러팔로가 나오면 관객들이 계속 웃음을 터뜨렸는데 나도 따라 웃었지만 더 큰 존경이 있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감히 웃을 수 없을 것만 같던.

그 어떤 영화보다 뛰어난 작품이다 말하고 싶은 영화였다. 그리고 뛰어넘고 싶다. 서면 삼정타워에서 나는 참 많은 것을 얻는 듯하다. 거기서 쓴 돈도 꽤 크지만. 밖으로 나왔을 땐 지하철이 끊겼고 다시 집으로 가기를 포기한다. 밤의 날씨는 춥다. 그 거리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그런 존재라는 것을 알 때 또 한 번 두려움이 일지만 오직 벨라 백스터의 모습만 기억하고 싶었다. 나를 영화 속 주인공 뒤로 감추는 일에서 벗어나 그 앞에 서고 싶다. 언제나 꿈꿔온 것이 있다면 그런 것이었는지도. 

주인공은 결국 의사가 되기로 마음먹는다. 그 장면에서 이 세상이 결국 그렇게 흘러가는구나 단념했다. 그건 모든 인간들에 희망적인 일이지만 그만큼 지구가 병들어 있다는 증거일지도. 이 세상을 치료해 줄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이 영화를 만든 자일까, 아니면 나일까. 

당신이 벨라처럼 아름답다면, 그렇다면 이 지옥 같은 세상에도 한 줄기의 희망이 비치지 않았을까.


https://youtu.be/vpPYvRFIbvc?si=UOPTrxJjTYoE6Z4v

작가의 이전글 Walk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