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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b Mar 13. 2024

LONDON


내 삶이 드러나는 것은 피부 위의 모습이었다. 그런데도 그게 나를 의미하는지는 모르겠다. 다 늙은 사람에게도 아직 젊음은 있지 않았는가. 더 어릴 수 없는 것이 원망스러울 뿐 바뀌는 것은 없다. 느린 차 한 대가 도로를 달리는 것처럼 끝없이 질주한다. 잠깐 휴게소에 머무르자.

조금 쉬었다 가자 말한다. 일을 하며 가장 듣기 좋은 소리는 쉬었다 합시다. 그러니 계속 쉬고 싶어요, 집에 보내주세요 곧 그런 말이 나올 듯하다. 어두운 밤 환한 얼굴이 보인다.

한 명의 사람이 내게로 다가와 미소 지으면 나는 그 얼굴이 여자이기를 원했다. 그 모습에 본능처럼 이끌렸다. 그게 무슨 의미였는지는 몰라도 그런 나는 한 번도 남자와 사랑해본 적 없었다. 더 진화한 도시에서는 그런 사람들이 있었고 그 광경이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했다. 미쳤지.

인간이 검은 피부에서 시작된 존재라면 그 끝은 하얀 얼굴인 것이었나. 마치 원래의 색을 찾아가는 듯한 기분은 무엇 때문이지? 그렇게 물어도 대답해주지 않는다. 

책 만들기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그리는 것은 책의 껍데기인것처럼, 그 이름을 어떤 식으로 보이게 할까, 이 노래가 어떤 분위기 속에 있었나를 드러내는 듯이.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 피부 위에 무엇을 그리든 그건 내가 창조하는 것이어야만 했다. 그래서 좀 싸웠지만.

가장 걱정인 것은 그 얼굴이 못난 얼굴이 되는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점점 변하는 머릿속 움직임 생각은 누구든 그걸 쳐다보는 것이었다. 한 명의 사람이라도 잊지 말아 주기를.

지금이야말로 긴 여정의 시작에 있는 기분이다. 지난 고난과 역경들은 그저 과거인 듯 스쳐 지나온 것이 된다. 물론 그게 앞길이 창창하다는 뜻은 아니지만. 내 방에 햇빛이 들면 곧 곰팡이라도 필 듯 우중충한 날도 찾아옴을.

널 기다렸어, 네가 내게 오기를 말이야. 언제나 내 자식에게 해주고픈 말은. 

태어남은 늘 기대되는 것이지만 탄생은 언제나 예고없이 찾아온 순간이라는 것을. 런던을 그리며. 나는 늘 이 추악한 실체들의 마지막 참회 장소를 찾는다. 그곳이 어디인지는 여전히 확신이 서질 않지만. 교회에서 만납시다.

절에서 만나요. 내 믿음의 메아리가 끝내 고요해지는 지점에서 엎드려 두 손 모아 빌고 싶어서. 제발 내 자식 잘 되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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