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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b Mar 16. 2024

무로란의 곰


잡았다가 놓아줬다가, 또 잡고 풀어줬다가.

"그게 재밌나보군."

Z는 한 명의 여자를 손에 쥐었다가 놓아주고는 흙바닥을 어지러이 맨발로 뛰어가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곰의 사냥이었다. 그 거대한 동물의 표정 같다. 입은 주둥이가 되어 튀어나왔으며 눈빛은 멍청하다. 내가 아는 곰은 잔인하다는 것이다. 때로 유머가 있지만 그 속에는 견딜 수 없는 공포가 있다는 걸. 빛을 받아 빛이 나는 큰 구슬처럼, 그러나 그 속에 말로 다할 수 없는 것이 존재한다면. 큰 웃음이 악몽처럼 피어오를 것이다. 어느 삐뚤어진 얼굴을 가진 자의 입가에 머물 듯.

그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는 그의 모습은, 형사는 범인의 존재를 아직 알지 못하지만 그는 본다. 작고 네모난 종이 위에 그려진 그 얼굴은 빛을 통해 묘사되었고 그에게는 그런 취미가 있었다. 그럴 때면 그 시선은 날카롭고도 음흉하다. 어딘지 무기력해 보이지만 형사의 얼굴에는 아직 죽음이 머무르지 않아 살아있는 듯 보이기에. 

"집으로 바로 가실 겁니까?"

후배는 물음에도. 

"왜?"

언제나 그 표정 앞에서 머뭇거리고는 끝내 대답 않을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는 궁금했던 것이다. 그는 누구와 이야기 하나, 가끔 그 머릿속에는 그런 생각들이 맴돌고는 했던 것이다. 자신 앞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 끝에는 무언가가 있는 것인가. 정말 뭐가 있기는 한 걸까.  

"술 드시나 싶어서요."

그 어지러운 병이 온몸으로 퍼져나가 몸을 가누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래서 그의 몸은 늘 멀쩡한 적 없었음에도 지배당하지 않았다. 그렇게 믿고 있었는지도 모를 그의.

대답 않고 자리를 뜨는 그였다. 

"들어가봐."

휑한 공기만이 잠시 그곳에 머물렀다. 그가 떠나고 난 후에는. 

곰은 물음을 찾는 것이 아님을. 사냥은 꿈이 아니라 아직 진행되고 있는 실험의 연속이라는 것을. 내가 그대를 만났을 때 얻게 되는 깨달음과는 조금 다를. 나는 숲속 곰을 보았다. 결코 숨긴 적 없음에도 비밀처럼 감춰진 그의 내면 속 숨소리를 들었다.


https://youtu.be/KUjZKNCppmY?si=xdyGCXuppHIsvJW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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