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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b Mar 21. 2024

W is an idea from Walk


방구석에서 뛰쳐나왔을 때, 아니면 학교 문을 박차고 나왔을 때 이미 그 모습은 성장을 암시했는지 모른다. 나는 걷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가 그 풍경을 멍하니 보고 있을 마음이 내겐 분명히 없었다. 내 반항심이 도착한 곳은 늘 바다 앞이었다. 더 어릴 때는 어디로도 벗어날 수 없어 닥치는 모든 고통을 견뎌내야만 하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떠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결국 돌아오고야 말았지만, 끝내 돌아갈 곳을 찾는 신세일 뿐이었는데도 자유로울 수 있었다. 아무도 내게 그리 명령하지 않았다. 그렇게 묶여 있으라고.

사고란 걸음을 통해 발전할 수 있는 것이었다. 가만히 앉아 하는 생각이란 얼마나 발전 없는 일인지 그때는 알지 못했다. 바다를 보아서가 아니었고, 그 언덕 마을 계단에 앉아 멍한 눈으로 어딘가를 주시한 것 때문이 아니었음을. 나는 이미 발전하고 있었을지도. 돌아오는 길 나는 달라지기로 마음먹는다.

집이 있어야 하며 학교가 있어야만 하는 현재는 부정하고픈 현실이었지만 지난 과거 나는 보았다. 그때 나는 그곳에 있었음을. 미래를 찾으려 한 나는 그런 방식일 수밖에 없었는데. 만족과 불만족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을. 내 집이 내 학교가 좋고 나쁘고의 문제는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저 그런 모습으로 머물 수는 없었다는 그 고백은.

차 창문 밖을 보고 있으면 무언가가 떠오를 것만 같고. 가슴 뛰는 일이 날 기다릴 것 같다. 또는 내 하루를 뒤흔들만한 이야기가 내게 다가올 것만 같은.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음을.

나는 그 가게로 들어섰고 그때는 봄이었다. 아니면 여름이었던지 기억이 선명하지 않다. 견딜 수 없던 그 도시의 건조함은 내게 큰 고통을 안겼고 그 시기를 벗어났을 때다. 목이 말라 시원한 음료를 마시러 들어간 것이었다. 새로운 친구가 있었고 새로운 친구들이 나를 맞이했다. 아니, 내가 내 걸음으로 그들 사이로 끼어든 것이었다. 한 여자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았고 다른 기분 다른 감정이었다. 그러나 그곳에 난 더 오래 머물 수 없었음을.

"여기 언제까지 있을거야?"

나는 다시 떠난다. 이제는 정착을 꿈꾸며 새로운 터를 찾는 나는 더 진화해 드디어 도시에 적응한 인간이 된 것인가. 더 이상은 도전할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도 깨닫는다. 늘 반항만 하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그때 나는 그런 깨달음을 얻으려 하는 마음이 없었다. 내가 살며 배운 방향은 보수적인 길과 진보적인 길 둘이다. 모두 그리로 가라 했다. 엄마 하는 말은 늘 남 하는 대로 따라 하면 된다였는데 그게 아니었다. 어차피 인간 무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그 본성을 그리 에둘러 표현하는 것을 난 받아들이지 못했던 건지도.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는 열망이 나를 더 깊은 늪으로 빠지게 할 때 구속과 속박을 넘은 자유를 느낀다. 자유로움은 가장 고통스러운 제한이라는 것을. 

오직 그곳에서만 자유로울 수 있다는 말이 나를 무너지게 했는지도. 아무도 그런 말은 하지 않았지만. 마치 너는 세상을 모른다는 듯 정신차리라는 듯 볼 때 나는 다시 일어날 용기를 얻는다.

물음은 걸음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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