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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b Mar 24. 2024

‘Multi-Sensory’


지금은 시간이 많은 시대다. 이 도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고 직업도 다양하며 그렇기에 혼란스럽다. 농사 지어 먹고살던 시대는 지난 것일까. 아무도 농사를 짓지 않으려 할 때, 더는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될 때 사람들은 각자 집 마당에 밭을 가꾸어 먹을 것을 생산해낼 것이다. 정말 그런 시대가 올까. 그럼 그 많은 높은 집들은 모두 무너뜨리고 없앤다는 말인가.

산업화며 기계화며 뭐 그런 것들이 농민들의 설자리를 빼앗아가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프랑스에서는 최근 농민들의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 사람들 감정은 격화돼 있었고 심각한 분위기가 흘렀다. 분명한 건 이제 시골에 사는 젊은 사람들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모두 살 길을 찾아 고속도로에 오른다. 그들을 실은 커다랗고 긴 차들이 도착하는 곳은 도시이며 그곳은 미로와도 같다. 출구를 찾을 수 없다. 신선한 야채와 과일, 질 좋은 고기를 찾는 입은 많아지는데 그걸 생산해내는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되는 걸까. 그 손을 기계가 대신하는 세상이 오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른 가능성이 있다면 모두 농부가 되고 어부가 되는 세상일지도. 어차피 시간은 더 많아지고 있었으니.

공교롭게도 이 시기에 아더에러가 'Multi-Sensory'라는 컬렉션을 발표했으며, 또 영화감독 봉준호는 '기생충'을 처음 구상할 때 데칼코마니를 떠올렸다 말하기도 했다. 내가 준비 중인 책 제목은 '두 얼굴'이 될 것이 확정적이며. 

오래 전에는 사람들이 투잡시대라는 말도 했다. 대신 남녀가 만나 결혼할 확률은 급격히 줄어들게 됐지만.

프랑스에 있을 때 가끔 이 나라 사람들은 정말 많이 쉰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건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었고 일본인들도 같은 말을 했다. 그랬더니 우리 사이에 둘러 싸인 그 프랑스인은 그렇게 항변했는데.

"프랑스인은 자기 일을 사랑해."

'맨날 쉬니까 그렇겠지.'

나는 말했다. 부럽고 또 부러웠다. 모두 표현할 수는 없었지만.

담배 한 갑 가격이 6유로가 넘었던 것은 또 안 부러웠지만. 십 년 전에 벌써 시급이 만 원을 넘긴 그 나라의 그런 정책이 프랑스인을 점점 게으르도록 만들었을까. 

그들은 정치에 더 열심히였고 사회 문화 분야에서도 보다 활발히 움직이는 사람들이었다. 누구나 두 가지의 일을 하는 시대가 오고 있고 그건 남는 시간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목표가 더 뚜렷해지는 사회 특성을 나타내는 것일지도 모르는.

진짜 잘 모르겠다. 1루수도 하고 3루수도 하는 것이 더 멋진 것인지, 투수도 하고 타자도 하는 것이..

센터백이 미드필더가 되기도 하는 게 진짜 축구를 더 멋지게 만드는 일인 것인지 아직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 프랑스인은 결코 게으르지 않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자기 하는 일에 애착이 강한 사람들도 그들이었으니. 

나는 무엇을 준비해야 한단 말인가. 시대가 변한 이유 때문이 아니라 사회구조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 더 편하고 효율적으로. 나는 그걸 원하지 않았다. 그럼 도대체 누가 이런 사회구조를 만들었다는 것인가. 기억하지 못하는 나였을지도. 선 하나를 두고 나는 둘이었는지도 알 수 없다.

대응을 위한 계획이 아닌 변화를 위한 창조여야만 한다는 것을.


https://youtu.be/HkCTLEiK508?si=lCF87MzyO76rTT9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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