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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b Mar 29. 2024

26 Octobre 1979


"오늘, 이 나라가 바뀐다."

그런 말을 한 뒤에 그는 뒤돌아섰다. 그의 앞에는 뚜렷한 불빛 하나가 있었는데 그 모습은 초라했다. 믿어주지 않는 말에 대한 반응 또는 시선이란 차가운 것이었다. 세상은 쉽게 변하거나 바뀌지 않는다. 바람이 불면 곧 그치듯 늘 그랬듯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리라.

"무슨 말씀이십니까?"

선우는 믿지 않았다. 그가 그런 결단을 내렸을거라 생각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믿을 수 없는. 그에게 김은 그런 사람이었으니. 자신의 목적을 위해 우리마저 희생시키는 않으리라 생각했던 것인지 모른다. 그 얼굴은 돌맹이처럼 굳어버렸으며 더는 입을 움직일 수 없을 듯했다.

방 안에서는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그는 그 소리를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 남자만 혼자다. 그에게는 늘 그런 고독이 머물렀다. 더 거센 바람이 불어도 변하지 않을 날. 사람들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정이 말한다. 작심한 듯 한쪽 손 손가락을 들어올리며 어딘가를 주시한다. 누구도 그 시선이 향하는 곳을 보지 않는다. 그의 얼굴도, 그 남자들은 이내 고개를 떨어뜨리고는 그의 술잔을 볼 뿐이다.

누가 또 그 잔을 채울 것인가, 어떻게 쓰러지게 할까 고민하는 것은 아니었는지. 그 방 안에 믿을 사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영선이 술병을 들어 그의 잔을 향해 기울였고 주르륵 흐른다. 남자들은 더 하지 못할 것을. 비겁한 인간들. 정의 곁에는 두 명의 여자가 앉았고 그들 출생 성분은 모두 다르다. 사람들은 그 미래를 보지 못하니. 대학생과 가수는 모두 자신의 꿈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30년도 더 지난 일이었다. 그들이 연을 맺은 것은. 그리고 김은 여전히 그 날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정이 나를 부르더군. 자신의 집무실 그 조그만 책상에 술을 놓고 말이야."

그들은 군인이었고, 그리될 운명이었는지도 모른 채 치솟아 올랐다. 무기가 되리라 떠올릴 수 없었던 그들 머리는 두 발이 향하는 곳으로 몸을 옮길 뿐이었다. 날카로운 끝은 그러나 괜한 짐승 몸 덩어리만을 쑤신다. 인간은 더 이상 짐승만도 못한 것이 된다. 그들은 더 진화한 것이 되어 끝내 치명적인 투사체가 되고 만다. 

"자네는 멋진 군인이 될 거야."

김의 시선은 어딘가를 향해 있었고 그 눈을 보는 선우였다. 그는 그 시선을 놓치지 않았다. 당신도 내게 그렇게 말하지 않았냐며.



달이 기울수록 밤은 깊어져가는데 잠들 줄 모른다. 이 세상 모든 것이 죽지 않는다. 그에게 더 이상 내일은 없어보였다. 선우의 눈에는,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마지막 일상적인 하루일 것을 짐작하는 그였다.


https://youtu.be/hxENwcFvL3w?si=wZQAgvOAZzNcTF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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