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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b Mar 31. 2024

난 청어를 먹어


청어들이 산다. 가끔 이 바다가 싫어, 숨이 막힐 지경이며 어떤 때는 탁하며 지독한 걸. 수면 위에 누운 한 명의 인간의 몸을 보면서.


수근대는 소리들이 들려오고 나는 다시 떠난다. 오오마에서 어느 일본인 손에 붙잡히면 그래도 비싼 가격으로 매겨질 것이 아닌가. 내 죽음이. 내 심장이 멈추는 날이 오더라도 억울하지 않도록. 


그것들은 먹어치우고 또 먹어치워도 없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어떤 때는 그냥 못 본 채 하고 지나가는 것이다. 오해는 없길 바라며.


헤엄치고 또 헤엄치다 멈춘 곳은 어느 조용한 숲이었는데 그곳에는 물고기들이 살지 않았다. 서커스를 하듯 이상하게 생긴 것들이 둥둥 떠다닌다.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나는 꼭 치어들 사이에 낀 재롱이라도 부릴 듯한 덩치 큰 어른 물고기. 이곳이 좋아, 헤엄이란 숙명을 거부한 채로 여기서 살 테야. 그렇지만 오라 한다. 그게 물결인지 공기의 이동인지 무엇 때문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어쩜 나는 떠밀려온 것이 아니었는지. 일생을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내 살 곳은 도대체 어디란 말인가. 욕심 많은 인간의 식탁 위일지도. 


차라리 그렇게 사라지는 게 나을지도. 나는 물음을 찾아 떠난 것이 아니라 물음이 내게 온 것이었음을.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는거.


스웨덴 사람들은 그것들을 통조림에 넣어 먹는다고 하는데, 소금을 뿌리고 시간이 지나면 뚜껑을 열어 먹는다고. 그 소리를 듣고 웃음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는데. 개체 간의 갈등이라고 해두자.


나는 뭐 더 잔혹하게 처형 당하고 요리될 테지만. 그래서 난 일본 사람들이 무섭다.


땅으로 가기 싫어, 결국 바다에 머물 내 자란 곳은 다름 아닌 이곳 바다였다는 것을.


난 청어를 먹어, 그리 말하면 모두 겁을 먹겠지만. 나는, 내가 꾸는 꿈은 영양보충을 하지 않는 것. 그러고도 살아남는 것이다.


https://youtu.be/WxCz0UNUNeQ?si=1qmbQ7gokEiivwN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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