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윤범b Apr 01. 2024

18 Décembre 1979


그에게 나는 물었다. 개인적인 감정 때문이었는지, 그것이 진정 국가를 위한 일이었는지. 그 마음을 알 길 없다. 머리는 손과 발이 움직이는대로 휘둘릴 뿐이었다.

그의 낮고도 큰 목소리가 재판장 안에서 울린다.

"박 대령은 군에서 주목하는 인물입니다. 떠오르고 있습니다." 

침 한 번 삼키지 않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저 자는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지그시 눈을 감은 승주는 그 소리를 듣는다. 그의 얼굴로 향할 수 없는 그 시선을 스스로 가리고야 말았다. 암막이 처진 방에 있다. 

"모든 책임을 저에게 돌리시고, 부디 그가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더 낮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을 듯 멀어져 갔다. 승주, 그의 한쪽 눈은 흔들리며 이내 분비물을 떨어트리고야 만다.

"도와주십시오."

그 날 일은 역사라는 책에 기록되었다. 커다랗고 파란 눈이 그 글을 읽더라도 따라 읊을 수 있을 것이다. 민주주의란 그들 세계에 퍼진 비세포성 생물과 같았으니. 처음 그것을 품은 게 누구였던지.

국경을 넘어 사람들 머릿속에 자리 잡은 이념은 꺼지지 않는 불과도 같다. 그 불은 여전히 꺼지지 않아 밝다. 그 미소와 같은.

누군가에게는 혁명이었던 일이 사람들에게는 내란으로 읽힌다. 

"박승주 대령에게 사형을 선고한다."

한낱 가담자에 불과했던 자는 끝내.

그는 웃지 못한다. 아내와 딸들이 자신을 기다릴 것이기에 그렇다. 작별하지 못해 울 것이다.

10월이 지나고 어느덧 1980년이 되었다. 봄이 온다. 하지만 사람들은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꽃이 피고 다시 지는 때를 보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https://youtu.be/WjYcpJKJ6MA?si=jntlZ9JIFiOrtNjb

작가의 이전글 난 청어를 먹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