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국밥에는 정신이 있다

by 문윤범


다섯 번째 가게


내가 돼지국밥집을 차리면 어떻게 장사할까. 이름은 어떻게 짓고 어떤 식으로 국물을 우려내고 고기를 삶을까. 그래도 나만의 방식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특별한 무언가를 생각해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면 행동할 수 있는 걸까. 가게를 임차하고 냉장고, 식탁과 의자, 집기들을 구매하고 솥을 장만해 손님들을 맞이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평생을 그곳에서 살아야 한다 마음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가게의 이름을 정하는 것이 첫 번째로 중요한 일일지 몰랐다. '너의 국밥'.

"어서오세요!"

첫 번째 손님이다. 문을 열고 들어온 남자가 슬쩍 안을 훑어보더니 가운데 자리로 가 앉았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앉아 외투를 벗는다. 그리고 메뉴판을 봤다. 아내는 물과 물수건을 가지고 가 손님에게 내주었다. 서빙 로봇을 쓸까 했지만 비효율적일 것이라 생각됐던 건 가게의 크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아내는 주방에 있는 것을 원치 않았다. 주방 일 할 사람을 쓰는 것은 한 달 뒤에 고민해 보기로 했다. 고용의 무게를 두려워했던 것은 아니다. 사람 쓰면서 받게 될 스트레스를 미리 걱정했던 것도 아니다. 장사가 안되면 고용주로써 큰 부담을 짊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장이 짊어져야 할 무게였는지도 모른다.

"돼지국밥 하나 주세요."

첫 번째 손님의 선택은 돼지국밥이었다. 국밥 한 그릇을 달라는 그 말에서 무게감이 느껴졌다. 평소보다 뚝배기가 더 무겁게 느껴졌다. 아내는 주방으로 와 김치와 깍두기, 씻어 놓은 고추와 양파, 장, 그리고 부추 반찬을 준비했다. 처음 정구지라는 말를 듣고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던 아내의 표정이 떠오른다. 우리는 단어 하나를 이해할 때 수많은 고통과 인내를 경험했을 테지만 성인이 되었을 때 남아 있는 기억은 없다. 그 어린 시절 들려온 소리들은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없을 테다.

"여보, 깍두기 국물은 적절하게."

그럼에도 가슴속 깊은 곳 어딘가에는 남아 있을지 모른다. 내가 추구하는 미학 같은 것이기도 했다. 많아도 안 되고 부족해도 되지 않는 것. 균형이었다.

"다 됐어?"

아내는 밥솥에서 밥공기 하나를 꺼냈고 나는 국밥을 쟁반 위에 올렸다. 우리가 차린 첫 번째 한 상이었다. 나간다. 첫 번째 손님에게 국밥이 전해진다. 숟가락을 든다. 양념장을 휘이 젓는다. 국물 맛을 본다. 새우젓을 넣고 다시 한번 국물 맛을 본다. 고개를 돌렸다. 손님과 눈이 마주쳐 고개를 돌려야만 했다.

"어떤 것 같아 반응이?"

몇 분을 바쁜 척 움직이다, 또는 반쯤 숨어 있다 아내에게 물었다. 그녀는 그저 미소 지을 뿐이었다. 내 마음을 가라앉히려는 듯 보였다. 늘 있는 일이었다. 안절부절못해하는 나를 진정시켜 주는 건 늘 아내의 웃음 또는 목소리였다.

"잘 먹었습니다."

국밥 한 그릇을 비워낸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을 하고 나갔다.

"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여보!"

아내는 손님이 건넨 만 원짜리 지폐를 가져와 내 앞에서 활짝 펴 보였다.

"우리 이거 보관해놓자!"

첫 수입이었다. 2500원을 거슬러주고 남은 돈 만 원이었다. 그로부터 30년의 시간이 흘렀다.


끝내 직장 생활을 하겠다 고집을 부리던 딸. 난 그녀를 타일러 가게 일을 배우도록 했다. 언젠가부터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곳을 누군가에게 물려줘야겠구나. 6년 전부터 아내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건 로봇이지만, 그만큼 가게 크기도 넓어졌는데 정작 이곳을 물려받을 사람은 없구나. 손님으로 가득찬 어느 점심, 창문 밖 저 너머로 지나가는 차를 보다 든 생각이었다. 쏜살같이 달려 사라지고 없었다.

주방 일은 신형 로봇 ZA3.6이 있어 믿고 맡길 수 있지만, 끊이지 않는 손님들의 발걸음이 이 집 국밥의 맛을 유지시키고 있지만. 그럼에도 인간의 손으로만 할 수 있는 것들을 로봇에게 맡길 수는 없었다. 그건 성취감과 연결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아빠! 내 생각에는 고기가 이 방향으로 썰리면 더 재미있게 씹힐 수 있을 것 같은데? 질긴 거랑은 결이 약간 다른 이야기 같아."

이제는 그런 말도 하는 아이였다. 내 딸, 그녀는 이제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만큼 이 일에 빠져 들어 수육의 결에 대해서도 논한다. 목적한 바를 이루지 못하면 잠에도 들지 못하는 아이다. 곧 이 가게의 주인이 될 자다.

아들 놓는 것은 힘든 세상이 되었다. 사회적으로도 남자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성들의 출산 문제가 대두되고 있었다. 곧 심각한 위기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어느 전문가의 강력한 경고도 있었다. 그럼에도 뚝배기는 계속해서 비워지고 씻기고 다시 채워진다. 남는 것은 오직 유물뿐일까. 우린 깨지고 부서진 각종 집기들과 함께 발견되는 유골에 불과할까. 그런 날이 올 때까지 끝까지 우려야 하지 않겠나. 우리의 정신이 멸종하지 않으려면. 돼지들과 함께 영원히 이 세상에 남고 싶다면.

가게 밖을 나와 가게 안을 봤다. 손님들로 가득한 저녁 난 밖으로 나와 잠시 숨을 쉬었다. 처음 있는 일 같았다. 그 풍경을 바깥에서 보는 일이 말이다. 딸은 그런 아빠를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너의 국밥. 손님들로 가득 찬 나의 가게.

우리가 사랑한 집. 너와 나의 추억들과 기억들로 가득한. 상상 속 그 공간. 오늘도 당신은 국밥 한 그릇을 먹기 위해 그곳으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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