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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b Jul 14. 2024

꿈은 시다

https://youtu.be/fnPn6At3v28?si=rzVtNSuemNkuRcP_


"4개월만 더 이용하시면 약정 위약금 없이 신규 폰을 구매해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그 여자는 기계처럼 말하지 않았지만. 

"저라면 4개월을 더 쓰고 새 폰을 쓰라고 말하고 싶네요."

충분히 인간처럼 이야기했지만. 나는 더 인간이 되기를 포기한 것처럼 그 상황을 꾸민다. 신호체계에 순응하던 인간이 어느덧 무단횡단을 통해 반항하듯. 난 아직 폰이 없으면 살지 못할 것처럼. 내 손목의 시계가 되어주며 버스 창문 밖 풍경이 되어주기도 하는 것. 

이 통신 장비는 지금 이 순간으로부터 달아나 그 세계로까지 이어지는 문과 같다.

Quantum3를 놓고 Galaxy24를 손에 쥐고 싶었다. 온천장의 길을 지나 지하철과 연결된 롯데백화점 안으로 들어가 한 여자에게로 다가선다. 

"당신이 레이디 가가입니까?"

그러자 그 여자는 말한다.

"블랙핑크는 집에 갔어요."

암호를 전달받은 뒤 난 곧장 그곳으로 향한다. 사우어 클럽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곳에서 난 달콤한 맛 나는 사탕 하나를 찾는 미션을 수행하는데..



"이 세계의 질서가 무너진 원인이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정말 인간 때문이라고 생각하세요?"

난 아무 말 없이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정확히는 인간이 만든 기계 때문이죠. 그들이 만든 시스템으로 모든 게 틀어지기 시작한 거죠. 이건 구조적인 문제에요. 인간 감정이 문제가 아니라니까요?!"

탁자 위에는 물병 하나가 놓여 있었다. 목이 말랐다. 일어나자마자 물을 찾는 나는 지난밤 얼마만큼의 비가 쏟아졌는지 알지 못했다. 

눈을 뜬다. 내 머리 옆에는 갤럭시가 아닌 퀀텀이 놓여 있었다. 뻐꾸기가 튀어 나와 시간을 알리는 시계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기에.

"잉글랜드가 우승했습니까 롯데가 졌습니까?"

난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나경원이 제일 먼저 떨어졌을 거에요."



밀려오는 시간들이 점점 나를 구석으로 몰아넣고 난 탈출을 꿈꾼다. 010 4229...

그가 전화를 받자 난 안심한다. 그 목소리만을 들은 채 다시 수화기를 내려 놓는다. 그는 아직 잘 있다. 갤럭시의 세계에 아직 머무르는 듯하다. 

"약정 위약금 내지 않고 지금 당장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그렇게 묻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 일로 그냥 아이폰으로 갈아 타버릴까 싶은 마음도 든다. 그러면 내 과거는 모두 꼬일 테니.

모든 시스템을 다 바꾸어야 하니. 그곳은 여러가지 줄로 이어진 세상이었다. 이 배추의 얇고 긴 줄기 하나가 위장 속 찌꺼기들을 끌고 내려가는 것일까 상상해본 적 있었다. 

"음식은 맛이 있어야죠. 단맛이라든지 짠맛이라든지, 아니면 시큼한 맛이라두요."

평양냉면의 불모지라 불리던 도시에서 진정 냉면다운 냉면을 먹은 뒤 든 생각이었다. 사람들 입맛이 진화한 걸까 우리 음식이 모두 변질된 것일까 되묻는다. 

"그래서 고기가 맛있어지는군요. 저 또한 이건 아무 맛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냥 밥을 먹는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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