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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 Aug 05. 2024

Kerker


그곳에는 죄 지은 남자들이 있었다.


클라우디오는 더 이상 여자를 손댈 수 없다. 엄마 젖을 떼고부터는 어떤 여자도 자신의 곁에 머무르지 않았으며 그들과 함께 있을 수 있는 방법이란 그들 몸에 폭력을 가하는 것이었다. 그들 몸에 멍자욱을 남기는 것이었다. 술병을 들고 그것을 집어 던진다. 가장 참혹한 밤은 가장 찬란한 낮 뒤에 찾아온다. 에바가 그의 곁에 머물렀고 그 여자는 7년 동안 클라우디오를 미워한 적 없었다. 에바는 그를 사랑했다. 자신이 마티아스라는 남자를 만나 몸을 섞을 때에도 그를 생각했다. 오직 자신 뿐인 남자, 그 눈은 다른 욕망을 꿈꿀 수 없었으니.

클라우디오가 술에 취해 자신에게 온 그날 밤, 그토록 평온한 얼굴인 것은 처음이었으니 짐작했던 것이다. 그래도 널 잊지는 못할 것이라고.

그 머리를 망치로 부셨으며 정신을 잃어 눈동자를 깜빡거리지 못할 때까지 그랬다. 따가운 불빛 아래 그 눈동자는 반짝였다. 클라우디오는 울지 않았다. 그 길로 달아나 뤼셀스하임까지 갔으나 곧 경찰이 올 것이다. 그 도시에 클라우디오의 친구는 없었다. 그가 머물 작은 집은 없다. 울타리 안 사슴들에게로 아이들이 다가간다.아이들이 그 평화로운 감옥에 있다. 어린 아이 하나가 울타리 안 사슴 한 마리를 향해 손을 뻗을 때.

클라우디오는 그들 모습을 보았지만 더 달아날 수 없었다. 에바의 집을 떠난 지 6일째가 되던 날이었다.

"생각해봤어?"

"무슨 생각? 난 생각 없어. 여길 나갈 생각뿐이지."

마누엘이 그를 보며 미소 짓는다. 

"또 어떤 여자 머리를 때려 부수려고?"

입 없는 남자를 본 적 있는가, 클라우디오가 그에게 늘 하던 말이었다. 네 이빨은 치과의사도 돌려주지 못할 것이라고. 

"헤헤헤"

"클라우디오!"

선생님이 한 아이를 부른다. 넌 엄마 없는 자식이지, 우유병이라도 품에 안고 다니지 그래? 

그래도 그들은 그리 말하지 않았다. 그런 눈빛조차 담아 보내지 않았다. 교도관들에게 죄수들은 그저 말 안 듣는 가축에 불과할 뿐이었으니. 넌 이곳을 벗어날 수 없어.


"알고 보면 인간은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아. 저 하늘이 문제지. 기뻐하지도 슬퍼하지도 못하는 것들에 감정을 주는 거야. 더 기뻐하고 더 슬퍼하라고. 뭐하러 신을 믿는 거지? 누구도 세상을 이기지는 못해."


"니코, 알고 보면 넌 그리 나쁜 인간이 아니야. 세상이 널 그리 만들었지."


 "결국 그림처럼 살 거야. 저 그림 속 연인들처럼 입 맞추고, 그들이라면 산 정상에 오른 사람들처럼 끝내 웃음짓겠지. 그건 영화였어. 그건 꿈이었고, 여기 있는 게 진짜 좆 같다고 느낄 때가 언젠지 알아? 모두 죄 짓고 사는데 우리만 여기 있는거지."


https://youtu.be/nKb10GKYKc8?si=N8qJEBx575gL67_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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