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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 Jul 28. 2024

두 얼굴

https://youtu.be/JGqzKmp_5Bg?si=I58331NlIvQKaUx_


하늘 위를 검은 백조 한 마리가 난다. 인민들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 거대한 물체가 자신들 머리 위로 그림자를 드리운 사실을.

기괴한 소리를 내다 구름 뒤로 제 몸을 감춘 것을.

한동안은 지도자 동지를 만날 수 없었다. 그때 본 라 부장의 얼굴은 붉었고, 굳은 채였으며. 그는 내게 말을 붙이지도 않았음을. 그런 지가 꽤 오래되었다.

같은 자리에서 밥을 먹지 않고, TV 앞에 앉는 여유조차 함께 나누지 않았으며. 4월, 우리 사이에 머문 침묵은 그 달이 다 가도록 떠나지 않았다. 

일요일 아침의 해를 멀쩡한 눈으로 보는 것도 오랜만이었음을. 나는 폭탄 실은 비행기가 이륙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음에도.

그 물체가 떠 한참이 지난 후에야 비행기가 지나갔음을 안다.

내 시선의 초점은 다시 핀을 맞추고, 방송 화면에 지도자 동지가 그 모습을 드러낼 때였다. 안경을 쓴 채였다. 그의 모습은 조금 변해 있었던 것이다. 다시 그 얼굴을 보게 됐을 때다.

그 말끝으로 정적이 흐른다.

"조국의 발전을 위해 우린 실험하고 싸울 것이다."

그의 연설 같은 독백을 듣는다.

그들이 무슨 실험을 하는지를 나는 알지 못했다. 우린 영화를 찍었고, 그렇게 필름 위에 기록된 것을 돌려보고 또 돌려보며 그것을 완성해가고 있을 뿐이었다. 이 이야기는 새로운 시도일 테고 나는 자부심을 느끼며 이 일을 끝맺으려함을.

그곳이 깊은 바다라 하더라도 그것을 내 몸과 함께 던질 것이다. 돌아오지 못할 땅을 떠나는 기분이어도.

점점 내 시야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그 끝없을 같던 땅이. 영화감독은 어디에서든 영화를 찍어야만 했다.

식량은 끊기지 않고 아무 일 없던 듯 다시 식탁에 앉은 그의 모습도 이상할 건 없었다.

"곧 다시 작업을 시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나는 문득 궁금했다.

"이것들이 다 어느 지역에서 나는 것들인지 궁금하군요. 어디서 자란 풀들인지, 또 어디서 길러진 동물들인지."

검은 백조는 왜 그토록 먼 땅에서 온 것일까. 그러나 왜 착륙하지 않고 돌아간 것이었나. 나는 고개 뒤로 젖혀 그것을 보며 꿈꿀 수 없었음을.



개미 없는 땅에 떨어트리리라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 발사 후 남쪽 언론은 그 이야기를 속보로 날랐으며, 계속되는 그들의 무력시위, 올해의 첫 도발과 같은 글자들이 눈에 잉크처럼 번졌다. 바다 위로 긴 불덩이 하나를 던진다. 목표점도 없이 그곳 한가운데로 미사일을 쏘아 올릴 때 그는 과연 어떤 심정이었을까.

그것이 죄와도 같다면. 기적과도 같은 쏘아 올림에 그 기다란 물체를 보며 사람들은 어떠한 책임을 묻게 할까.

"내 오른 다리는 나무와 같습니다."

인생은 태워 없애는 것이지 않냐며. 다시 허무한 듯 손끝에서 연기를 피워 오리면서 그가 말했다. 나는 짐작하지 못했지만 그때 지도자 동지는 또 한 번의 미사일 발사 실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알 수 없었음을. 땅을 기는 그 수천만의 점을 향해 그것을 떨어트릴 때 평화가 찾아올까.

우리 가슴을 무겁게 한 건 어쩌면 구겨지고 짓눌린 작은 도막들이었는지 모른다. 그 흔한 길거리들에 버려진. 나와 그는 수백번도 보았다. 담배를 입에 물고 있는 서로의 모습을.

지하실 재떨이에 가득 쌓인 담배꽁초들은 누군가에 꺼지고 남은 장난의 흔적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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