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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 Jul 2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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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hLQl3WQQoQ0?si=KY_-bjX2h4E7BG0-


다섯 시가 되고 아침이 오면.

"혼자 뭘 그래 사색을 하요?"

"안녕하세요."

퇴근할 시간이 되어오면 여기저기서 배송 매니저들을 마주친다. 

"사색하는 사람들이 무서운데."

큰 차들이 움직일 때 집에 갈 시간이라는 것을 안다. 상쾌한 아침 매쾌한 연기들에 콜록인다. 그 날은 어쩌다 그 매니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거기 들안길 가봤어요?"

그 매니저는 대구 사람이었다. 대구에서 출근해 대구로 퇴근하는. 요즘 대구에만 몇 개의 점포가 생겼는지 모른다.

그 도시에 가면, 삼성 라이온즈 홈경기가 있을 때면 지하철에 구자욱과 원태인이 많은 것을 안다. 가끔 김영웅의 이름이 보이기도 했고.

"거기가 맛집이 많아."

그 말을 듣고 그 길을 걸었는데 진짜 음식점이 많았다. 대부분 혼자 들어가서 먹기 그런 가게들이어서 맛집인지는 알 수 없었는데.

'최고산면옥?'

그 가게 이름을 보고는 특이하다 생각했고 간판 상태를 보니 꽤 오래된 동네 음식점인 듯했다. 찬 면 요리에 큰 뜻이 없어 스쳐 지난다.

"그냥 저기 갈래?"

그 가게에 갈 줄은 몰랐다.

"배 별로 안 고픈데 막국수는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그 말은 막국수를 먹자는 말. 난 여지껏 맛있는 막국수를 먹어본 적 없었다. 그 집이었다. 태어나 처음 맛있는 막국수를. 

혹시나 다른 메뉴가 있을까 검색했는데 블로그 리뷰가 500여 개에 달하는 것을 본다. 차들이 주차장으로 들어간다. 한 대 두 대..

식탁 위에는 오뚜기 사과식초 한 병이 쓰러지지 않은 채 놓여있었고 무언가 기운이 느껴진 것이었다. 이 집이야, 그런데 난 막국수 진짜 별로 안 좋아하는데.

수육이 나오고. 얇게 썰어져 먹음직스러워 보이지는 않았다. 

'이 장은 뭐지?' 

그 장은 맛있는 장이었다. 수육 한 접시를 더 시키고 싶었지만.

"대구 한 번씩 갑니다." 

"여행 다니는 거 좋아하는가베?"

영화 한 편을 봤다. 노래 한 곡을 듣는다. 곧 야구 경기를 볼 것이다. 그날의 나는 훗날 내가 그런 그림을 그릴 줄 모른다. 호세가 대구 관중들을 향해 방망이를 집어던진다.

그 야구장은 홈플레이트 뒤 관중석만 남았고 아마추어들을 위해 쓰이고 있었다. 프로는 더 발전하고 더 발전할 것이고 또 발전해야 했다. 나는 늘 아마추어이고 싶다.

"수성못도 가고.."

우성식당에 가면 홈런왕의 사진이 걸려있다. 그 옆에는 키 작은 아주머니가 서 있었는데.

"혼잡니꺼?" 

아주머니는 할머니가 돼있었다. 

그 음식 맛은 변한 것 없는 듯했다. 진짜 맛있지는 않지만 진짜 밥을 먹은 기분 같은. 야구장 옆에는 축구장이 생겼다. 대우 로얄즈를 응원했던 그 어린 내가 이제 DGB대구은행파크를 보며..

높은 아파트들이 들어섰다. 난 저런 집에 살고 싶지 않지만 그런 집은 없다. 혼자 조용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방에 있는 건.

사람들이 지나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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