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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문윤범 Aug 06. 2024

책을 덮은 뒤

그리고 모든 게 다시 시작되겠지

세 번째 소설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어도비 인디자인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알게 되며 스스로 이 책 저 책 다 만들 수 있겠구나 싶었지만 다운로드 받아놓고 내 컴퓨터와는 호환되지 않는 것을 알고는 또 한숨을 쉬지만.

잠시 그런 꿈을 꿨다.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싶지만 책을 내는 일도 하고 싶다. 제작자가 되는 것도 늘 생각해보고 그려보곤 했던 것인데.

책을 만드는 과정이란. 처음 구상을 한다. 그 지점으로까지 오는 건 너무 힘든 일이었지만. 막연한 생각들 뿐이었지 현실이 되리라 생각지 못했던 것이었지만. 내가 이야기를 짓고 만들다니.

하늘에서 빛이 내리쬐듯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난 얼마나 많은 길을 걷고 또 쫓았던가. 그 많은 사람들 중 단 한 명의 인간이 스쳐 지나감으로 비로소 나는 영감을 얻는다. 그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스치고 생각했던지 다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미친 듯이 써댄다. 그것 또한 너무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가장 힘든 일이 남았으니 그건 내가 구상하고 쓴 글을 보고 또 다시 보며 앉아 있는 것이었다. 나는 책 읽는 걸 싫어한다. 내가 완전히 다 읽은 책은 살며 몇 권 되지 않았다. 그 사람들은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 내가 책 한 권을 다 읽도록 글을 썼다니..

한 명의 사람이 내 책을 산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깨달은 것이다. 처음에는 가족 친구들이 내 책을 사줬다. 두 번째 책도 그랬다. 그래도 사는 게 그렇구나 싶던.

힘들어서 글을 쓰기 시작한 게 더 힘든 일이 되고 말았다. 지금도 힘들다. 돌아서면 기분이 바뀌는 것처럼 내 글은 보고 또 봐도 내가 쓴 글 같지 않다. 봐도 봐도 잘했다 싶은 건 내가 한 거 같지만.

치킨을 먹어 배가 부르다. 그래서 앉아 읽어 보니 누가 이런 걸 쓴 거야 싶은 거다. 지금까지 내가 뭘 한 거지 싶은 거였다. 어느 날은 너무 슬퍼 또 앉아 그걸 본다.

'내가 정말 기적을 일으켰구나'

스스로 정리된 게 하나 있다면 나는 내 소설이 행복한 사람들이 읽어주기를 원하고 쓴 글이 아니었다는 것. 불행한 내가 그 글을 읽기를 원했다. 불행하지 않은 날의 내가 쓴 글은 다시 보고 또 봐야만 한다. 그렇게 점점 헷갈리기 시작하는데.

책을 덮기 전까지 나는 알지 못한다. 책을 덮은 후에도 그렇다. 그리고 모든 게 새로 시작됐다.

몇 가지의 다른 이야기들이 있다. 오래 전부터 생각해온 것 중 하나는 10 26 사태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미 너무 많은 매체를 통해 전해진 이야기라 머뭇거려진 것이다. 이걸 미래 이야기로 바꿔 꾸며 보면 어떨가, 그러다 든 생각이었다. 어떤 계기로 그랬는지는 잘 생각나지 않았지만.

"그래, 포기 하려면 일찍 포기하는 게 나아."

그 말을 듣고 신경 건드려져 그런 것은 아니었다. 포기한 건 맞고 포기 안한 것도 맞지만 어쨌든 개의치 않으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는 뜻이었으니. 돈 벌어먹고사는 것보다 중요한 게 또 있는지.

그래도 있다면.

인공지능의 인간들이 민주주의를 외치는 사회가 온다면. 그 중 누군가 하나가 총을 들려 한다면 말이다.

그리고 일본은 도대체 언제 갈 수 있는 거지?

https://youtu.be/pJici7JGXdM?si=gjWiAiGZi4iiW4r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