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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 Aug 11. 2024

'Around The World'


올림픽이 시작된 곳은 그리스였다. 아테네였다. 올림피아 제전이 열린 곳은 그 어느 땅이었다. 그걸 계승해 다시 올림픽을 시작한 게 피에르 드 쿠베르탱이었나. 한반도의 어느 국가 어느 도시 아파트에서 아이들이 뛰어논다. 그게 진짜 올림피아 제전이 되는 날이 오면.

오늘날 사람들이 사는 곳은 훗날 역사의 유적지가 될지 모른다. 그 옛날 그 시대의 사람들은 이런 곳에 살았다면서. 물론 그 흔적만이 남았을 테지만.

가끔 촌스럽다는 말의 기준이 어디에 세워진 것인지를 알지 못할 때가 있다. 아테네의 그 오랜 유적지를 찾았을 때 난 감동하지 않을까. 흙 땅 위에 돌 몇 개 세워져 있는 거 보며 난 이게 진짜 모던이라 말하지도 모른다. 현대적이고 세련된 모든 건 그 옛날 흔한 물건으로부터 시작되고 변화했다. 그 아파트 지하실에서 고대 유물 하나가 발견된다면.

땅 밑 아파트 주차장에서 불이 나고 사람들은 이제 전기차의 위험성에 대해 논한다. 유일한 대책이 여름 쿨링 시스템을 24시간 가동하는 것이라면 지구온난화에 대한 논란 또한 또 한 번 점화 가열될 것이다. 오래전 어느 날 영화 매트릭스를 만든 감독들의 한마디를 듣고 큰 깨우침을 얻는다.

'코드를 뽑으세요'

그런 간단한 방법이.

그렇지만 결코 간단한 방법이 아니었던. 불을 끈 채 엄마는 떡을 썰고 아들은 글씨를 썼다지만, 신사임당과 한석봉의 그 전설 같은 일화 역시 인간 의지를 드러내는 한 장면으로 묘사된 것이 아니었나. '불을 끄자' 그런 의지가 모두에게 전달돼 보다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상이 온다면.

파리올림픽을 통해 이슈가 된 적 있지만, 난 프랑스 사람들은 에어컨 사용이 보편적이지 않다는 걸 알았고, 또는 저 인간들은 자연주의자들인가 싶을 정도로 그들 사회의 현대적이지 않은 시스템에 놀란 적 있었다. 그럴 때마다 이야기한 것은 그들의 민주주의적 발상은 우리보다 한참 진화해 있다는 것이었는데.

메트로 열차 안 앞자리에 앉은 여자가 이를 악물고 티셔츠를 펄럭이는데 웃음이 나올 뻔했던 것이다. 나도 황당해서 그런 것이었다. 이 더위에 이런 찜통에 들어앉아 있어야 하는가 싶었던 것이다. 이젠 사람이 열받아 터지느냐 배터리가 끝내 폭발해 불을 내느냐의 싸움 같다. 이건 민주주의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결국 정부 지자체가 움직여 경고 같은 권고를 날리며 사람들을 묶지 않는가.

몇몇은 벌써 이주를 생각하는 듯하다. 이 별을 떠나야 한다고. 모두 시골로는 가 살 수 없는 종족이 돼버렸다. 그 조용한 땅으로 가면 우린 농사를 짓고 막걸리를 마시는 네오피플을 마주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나는 그것이 신인간상이라 말할 것이다.

앞뜰에서 고추를 떼와 밥상 위에 올려 놓는 솜씨를 보며 유니크하다 말할 것이다. 돼지고기 기름이 열렬히 튀는 솥뚜껑 앞에서 그들은 미소짓는다. 그곳으로 되돌아가려면 반드시 차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내 모든 고민 같은 짐을 실어 줄 교통수단이 필요하다. 우린 말도 없는데.

그들 손에 그 모든 시대를 초월할 통신 수단이 쥐어졌다면.



핸드폰 배터리도 느린 속도의 충전 습관이 필요했다. 핸드폰으로 태양빛을 가리다 어느 날 폰이 고장 나는 것을 보고 열받으면 터질 수도 있겠구나 그런 원리를 깨우친 것이었다. 그리스의 신이 내 꿈에 대한 메시지를 거부할 걸 알아 난 또 다른 신화를 열망한다.

불을 켜라! 그리고 불 내지 말라는.

이 야속한 세상에서 내가 약속이라도 할 듯 확언할 수 있는 단 한가지는 세상은 결국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라는 점이다. 이 행성이 거꾸로 돌지 않는 이상.

내가 진짜 바라는 기적이 바로 그거다. 그래서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말이다.


https://youtu.be/K0HSD_i2DvA?si=opyrteDvGdFrwtf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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