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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 Sep 08. 2024

'달콤한 인생'


영화로 남을 역사는 영상으로 기록된다.

거창하게 헌사라 표현한다면 그런 말도 하고 싶다. 카메라에 대한 사랑, 그 표현할 길 없는 감정으로 기록되는 삶. 그때 난 달콤한 인생이라는 영화를 봤다.

그 영화는 몇 년이고 몇 번이고 봤던 영화 중 하나였다. 그런 영화는 대게 필름으로 찍힌 영화들이었다. 그 질감에 대한 애착은 아직까지 미련처럼 남았다. 다른 많은 사람들이 그러했던 듯한 작품.

맛난 디저트가 많은 도시이기도 했던 파리에서 한 번은 그런 장면도 따라했다. 초코무스를 먹던 선우처럼. 비록 난 그런 모습이 아니었지만. 그런 삶을 살고 싶지도 않으면서. 스푼을 쥔 손은 김지운 감독의 것이었다는 걸 알게 됐기에 차라리 그런 인생이고 싶었던지도.

누아르는 프랑스어로 검정을 뜻한다. 왜 그런 분위기는 폭력이 아니면 이루어질 수 없는 걸까.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게 폭력이지만 가끔 폭력적인 내 모습을 볼 때. 안에 있는 것은 빛을 볼 수 없어 어둡고 때론 그게 진실일지 몰랐다. 

명대사들이 많은 영화의 공통점은 카메라 앵글을 통한 연출이 좋다는 공통점이 있다. 영화에서 시선은 곧 언어였다. 멋진 언어들이 넘치는 영화에서는 평범한 말조차 기억으로 남곤 한다. 곧 추억이 된다. 

'무릇 움직이는 건 나뭇가지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며 니 마음이다' 

그 대사는 명문으로 남기도 한다. 남들보다 초라하게 말하면 그저 좋은 글. 멋들어진 옷을 입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영화 중 하나이기도 했던.

선우가 탄 차가 서울 시내를 지날 때 그려지는 풍경도 좋았다. 그때 서울은 그랬다. 지금은 또 변하지만. 광화문의 분위기는, 그래도 서울에 왔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곳은 여전히 그곳일지도.

클럽에서 춤을 추는 젊은 남녀. 그런데 그는 그저 길에서 오뎅 한 입 먹는 남자. 난 그게 일본 영화 '큐어'에 자극받았다 말하고 싶다. 진짜 잘 만든 먹는 장면들이 있는 영화. 분명 더 진화한 게 느껴지기도 하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어긋나듯 두 남자 사이에 금이 생기기 시작하고, 그 전 여러 장면들을 통해 보여지는 일상적 사회 관계 또는 갈등과 같은 문제들이 현실적으로 그려졌다. 너나 나 정도는 잡고 들어가려 한다는 말 같은 성인들만이 할 수 있는 대화들. 추억의 핸드폰들은. 그 작고 귀여웠던.

더는 필름으로 영화를 찍지 않는 시대에 난 여전히 그 시절이 그립다.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디지털로 이루어진 영상들은 아무리 봐도 젖지 않기에. 또 다른 가능성들을 비추려 한다. 

기어이 찾은 길이 있다면 그런 것이다. 그 길로 가야만 한다면 난 다른 목적지로 가고 말 것이라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확신하는 건 그 끝은 다시 아날로그일 것이라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는 이 영화는 필름의 원리를 잘 설명했다. 낭만 감성 그런 것들이 아무 소용 없을 때 난 공부라도 했다며 자위한다. 내 기억의 역사는 영화처럼 꾸며졌던가.

카메라로 기록되는 삶은 영화 같은 현실이 될 것을. 그 꿈처럼. 아니, 그래도 부정할 수 없는 하루들처럼 말이다.


달콤한 인생, 2005/ 김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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