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쌀쌀해지고 더 포근한 집에 있기 위해 옷을 산다. 내 집과 같은 옷. 얼마 만인지 아디다스 옷을 사 입었다.
자동차가 그렇듯 직접 봐야 더 예쁘다.
난 왜 나이키보다 아디다스에 끌렸을까. 좀 더 길어보이고 싶던. 1등보다는 2등을 지지했던. 아디다스에 더 푹 빠지게 된 건 영화 트레인스포팅을 보고 난 후였다. 그때 이완 맥그리거는 참 멋있었다.
그 영화는 아주 재밌다고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그 특질 그 개성에만 매력을 느낀 것도 아니었던.
바닥에 떨어진 철학을 주식으로 삼는 자들의 삶을 난 동경했던 걸까. 이젠 진짜 그런 삶을 사는 것처럼.
20대에는 나란히 뻗은 세 개의 선이 내 청춘의 상징과도 같았다. 꼭 그렇게 보이고 싶었는지 반드시 파란색이어야 했던. 이번에는, 그러니까 매장 직원은 보라색이라고 하던데 정확히 어떤 빛깔인지. 아무튼 그 청춘이 좀 더 우울해졌다 할까.
조금 더 지쳤다고 해야 할지. 좀 더 지친 푸름. 그래도 잊은 건 아니지 않나.
그 옷을 입고 남포동을 돌아다니는 건 부산 사는 사람이 누릴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 그게 인프라는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중구 이름 영화의구로 바꾸자 했는데, 중구청 홈페이지에 건의도 했지만 명칭 변경 계획이 없다는 답으로 돌아온다. 계획이 다 있었구나.
난 계획 없이 들이밀고 보는 쪽이었으니. 그렇지만 아무 생각 없는 건 아니었고, 그러면 영도랑 묶여 더 클 수 있다는 청사진까지. 안 그러면 다 청사포로 간다고.
지금이 좋다. 지금도 좋은 걸.
아디다스 옷을 입고도 품위를 가질 수 있다면. 그 스코틀랜드 녀석들의 지껄임이야말로 심오 그 자체 아니었나. 나보다 나이 많고 더 많아졌지만.
대구는 대구 경북 통합하면 제2의 도시된다며 여기저기 글자 써놓고 분발하려더라. 아디다스는 뺏길 수 없지. 뭐 뉴발란스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뭐가 되든 잘 만들어야지. 땅 아래로 꺼지더라도 손은 뻗어봐야지. 세 개의 선이 그려진 그 팔 그 정신을.
https://youtu.be/9wxI4KK9ZYo?si=Q3dls-GT_Fgi5UB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