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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 Sep 26. 2024

귀로


일이 꼬였다. 처음 계획했던 대로 되는 일은 없었다. 단 하나도.

내가 꾸민 세 번째 긴 이야기 '두 얼굴'을 알리게 됐다. 다만 손에 쥘 수 없는 모양 형태로 나왔고 나올 예정이다. 그럴 생각은 없었지만.

어제 저녁 출근하기 전 뜻밖의 답장 메일을 받았다. 모든 걸 내가 계획하고 기획한대로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을 듯했다. 난 독재자가 아니지만. 내 문장 단어 하나라도 고치는 게 싫었던 건 아니다. 다만 아주 미묘한 느낌조차 건드려지는 일은.

이번에는 표지 그 얼굴조차 내가 만든 그대로 나오게 됐다. 다른 사람의 손을 거쳐 조금 더 나아지는 부분이 있었고 내가 생각지 못한 것도 만들어졌지만. 이번 이야기의 기획과 제작은 '이리나 글공작실'에서 했다.

상상은 민주적이어야 한다. 내 변명은, 아니 내 의도는 늘 그렇다. 다른 훌륭한 소설들처럼 세밀하고 디테일한 부분은 떨어질지 모르지만 그 부분에 관해서만큼은 변하지 않은 생각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만의 방법과 방식으로 그 일을 받아들인다고.

내가 아무리 그런 장면 그런 모습을 유도해도 모두 자신들 머릿속에 심어진 심상대로 떠올린다. 그건 내가 건드릴 수 없는 부분이었기에. 그래도 이번에는 더 용썼기를. 

그 이야기는 최은희 신상옥 납치 사건에 영향을 받아 지어졌다. 오래 전 어느 날 심각하게 영향 받은 이야기였다.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이 시대에도 과연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서른 일곱 영화감독, 독재자를 만나다'

그게 선전구호라면 그렇다. 캐치프레이즈 같은 것이라면. 날 믿어 달라.

냄새 나는 종이 묶음을 손에 쥘 순 없지만 이젠 내 손 같은 핸드폰으로 볼 수 있는 영화와도 같기를.

극장 스크린보다 가까운 것은 내 집 컴퓨터 스크린일지 모른다. 이젠 핸드폰으로도 영화를 보는 시대. 적어도 그것보다 뒤쳐져서는 안된다는 것 또한 일깨운다.

이 영화, 아니 이 이야기의 시작과 끝은 나얼 그리고 귀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 그 목소리 그 노래의 멜로디를 빌려 그 긴 그 길 글들을 소개하고 싶다. 

첫 번째 조각을 내놓은 후 집 옆에 있는 카페에서 에스프레소 한 잔을. 불행하다 느낀 날이 있었기에 오늘은 참 행복한 날이다. 좋은 냄새들이 좋은 소리들처럼 들려온다.

독립출판으로부터도 독립한 날. 내 꿈은 늘 달아나는 것.

돌아오게 될 도망자는 다시 달아날 날만 그린다.


https://youtu.be/upA01bvUemQ?si=3VkSHNLWbYmxDc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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