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타프 말러의 피아노 4중주 A단조를 처음 들은 것은 이 영화를 보기 전이었다. 그래서 영화를 보다 그 음악을 듣게 되었을 때 반가움보다는 약간의 어색함을 느꼈다. 왜냐면 그 음악에 푹 빠져 그것을 배경으로 몇 장의 글도 썼기 때문이다. 꽤 슬픈 이야기였고 주인공은 내가 애착을 가진 캐릭터였다. 그래서 그녀를 떠올릴 때면 구스타프 말러가 작곡한 피아노 4중주 A단조가 흘러나오곤 했다. 나라는 세계, 극장 안에서 말이다. 그런데 무대 한가운데에 디카프리오가 서 있으니 어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그 음악을 배경으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무대 위에 올렸다. 다른 이야기 같은 곡, 듣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감정. 우울한 분위기인 것만큼은 비슷했다. 내가 이 영화를 보게 된 것도 결국 스콜세지와 같이 인간 내면 조금 더 깊숙한 곳의 감정에 대해 논하고자 하는 자들의 생각에 동의했기 때문이지 않았나. 그의 1976년작 '택시 드라이버'도 정말 좋아하는 영화다. 지금은 스콜세지 감독의 2010년작 '셔터 아일랜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으니 아직 보지 않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들은 읽지 말 것을 권한다.
그런데 이 영화는 결말을 알고 보아도 흥미로울 수 있는 작품이다. 그럼에도 읽지 말라 당부하는 건 결말을 모르고 본 뒤에 다시 봐야 더 흥미진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보면서 난 마크 러팔로의 연기력에 감탄했다. 그리고 디카프리오의 마지막 대사는 압권이었다.
"괴물로 평생을 살겠나, 선량한 사람으로 죽겠나"
이 문장은 그냥 미쳤다고 표현하고 싶다. 하지만 이건 주인공 테디가 가장 제정신인 상태에서 한 이야기였다. 그는 셔터 아일랜드 정신병원에 수감된 환자였다. 그러나 그의 폭력성을 두고 보지 못한 닥터 코리가 그를 치료하기 위해 거대한 한 편의 연극을 꾸미게 된다. 그게 마틴 스콜세지의 설정이었다. 아니, 원작자 데니스 루헤인이 만든 이야기였다. 닥터 코리가 한 설정은 앤드루를 테디로 분하게 하는 것이었다. 보스턴의 어느 외딴 섬에서 실종된 정신병환자의 행방을 추적하기 위해 파견된 연방보안관, 테디.
이 영화 속에는 감독의 자아가 있다. 모든 영화 소설에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이라고 생각한다. 테디이거나 앤드루이거나. 또는 테디의 동료 척, 마크 러팔로일 수도 있다. 때론 닥터 코리가 되기도 하는 등.
만약 영화라는 예술이 없는 세상에서 이런 것을 보게 된다면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정상은 아니라고 말할 것 같다. 혼자 이 역 맡았다 저 역 맡았다, 대화 상대조차 없이 혼잣말을 하기도 하고. 영화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아니 연극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전까지는 그들이 미치광이 취급받지 않았을까. 예술을 한다고 떠드는 자들을 말이다. 그들을 그런 취급하며 손가락질하지 않았을까.
예술이라는 단어가 예술이라는 행위보다 앞서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예술이라는 단어 자체가 병명이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름 붙이는 행위를 정의라고 본다면, 그렇지만 이 세상 어떠한 사람도 몇 글자로만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나는 그런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하나의 캐릭터로만 밀고 나가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하다.
지옥 같은 현실에서 탈출하기 위한 변명 같은 것은 아닌지. 또는 이곳 천국을 떠나지 않기 위해 환상을 지속시키는 행위는 아니었을까.
Shutter Island, 2010/ Martin Scorse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