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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 Oct 11. 2024

말하고, 토끼 소주 한 잔 마시고...



하이엔드 패션이 뭐라고. 하다못해 풍기인견에까지 관심을 보인 난, 그렇다고 내가 바느질 옷의 박음질까지 알고 신경 쓰는 건 아니었다. 청바지 밑단을 뜯다 보게 된 것. 이렇게나 섬세하고 세세할 수 있나 하는 것 정도. 겨우 H&M의 청바지를 손대다. 기계로 드르륵 박은 것뿐일 텐데도. 그럼에도 그 브랜드를 싫어하지 않는 건 옷을 만들고 사람들 앞에 내보이는 일을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20대에 디올 수트를 입고 싶어 했던 이유는 그 선 때문이었다. 그땐 진짜 옷을 더 본 것 같다. 얼마나 더 멋진가, 실용성 따위는 모두 제쳐두고서라도 말이다. 지금 셀린느에 있는 에디 슬리먼은 그 시절을 산 많은 남자들의 옷 입는 방법을 바꿔놓았다. 이젠 완전 반대가 돼 통이 큰 바지들을 많이 입고 다니지만. 

글을 더 길게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난 옷보다 그 이름에 집착하게 된다. 끝내 죽음으로 이른 그 디자이너의 이름을 내 몸 어딘가에 대고 싶었다. 로미오는 줄리엣을 사랑하지 않았다, 그 책 제목 이름이 Alexander McQueen에 받은 영향이 있다 말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건. 그렇다면 두 얼굴은.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면 난 과연 그런 브랜드의 옷을 사 입었을지. 신발도. 

전개, 그리고 유통이야말로 지금의 하이엔드 패션에 꼭 필요한 과정이다.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듣지 못한다. 더 중요한 건 들으려 하지 않으면 누구도 말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거다. 20대에 난 에디 슬리먼이 말하는 걸 들었던 건지. 아쉬운 건 그가 영원토록 디올에 머물 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요즘은 디자이너 안태옥이 전개하는 브랜드들에 관심이 크고, 혹은 송지오 옷을 사 입거나 아더에러 문화에 주목하는 등 우리나라의 패션 브랜드에 시선이 쏠린다. 올리브 드랩 서비스의 그 코트를 구입하고 어떤 신을 신고 걷게 할까를 고민했는데. 

내가 이러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 때문인지. 이젠 중요하지 않은 질문이 돼버렸지만. 그렇게 밖에 살 수 없는걸. 

저축도 하지 않아 갑자기 들이닥치는 일에 대응이 되지 않는 이 삶은 그저 막막하기만 하다. 난 언제나 벽을 느낀다. 어느 날은 한강 글을 보며 그랬다. 그래도 다행인 건, 그럼에도 내가 더 잘하는 부분이 있다 그런 생각마저 버리지는 않은 것이었다. 한강 글은 더 보고 싶지 않고 읽고 싶지 않다.



어쩌다 일본 만화책이나 사는 등. 그 책은 영... 그래도 그런 책을 가졌다는 건 행복한 일이었다.

작은, 아니 큰 상자 하나를 만들어뒀다. 뭘 담아 두려고. 아파트 집에는 더 멋진 것들 카메라들도 있지만. 또 새로운 것을 하고 싶기도 한.

안태옥 그가 일본 안경 회사 그루버 스펙타클과 협업하는 과정도 보고 읽으며. 그 공정, 아니 공장을 보며 든 생각은. 먼저 나온 소리는 그런 것이었다. 와~ 씨발

그게 뭐라고. 사람들 앞에 서 말하는 일이.


https://youtu.be/hUklabEVcCw?si=kyF6Q4V_Z0w4gP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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