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ep your place!"

by 문윤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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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 2013


윌포드와 길리엄은 정말 친구 사이였을까. 영화 '설국열차'에서 애드 해리스는 열차의 설계자이자 절대자였고 존 허트는 꼬리 칸의 지도자, 정신적 지주였다. 하지만 커티스가 엔진 칸으로 들어오고 윌포드를 만났을 때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된다. 실은 둘이 내통하던 관계였던 것을 알고 혼란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한 묘사는 분명하지 않았다. 확실하게 둘의 관계를 보여준 장면이 없었다. 부시 전 미국 대통령도 오사마 빈 라덴과 친구 사이였다는 이야기가 있지 않았나. 축구나 야구 중계를 통해서도 접할 수 있는 장면이다. 다른 유니폼을 입은 두 선수가 경기 중에 웃으며 이야기를 하고 농담을 주고 받는 모습. 농담을 하는 것인지 서로에게 악담을 퍼붓는 것인지는 알지 못한다. 진담을 하기는 힘든 상황일 것이다. 같은 인간으로 태어나 적으로 싸워야 하는 상황에서 온종일 심각한 이야기만 할 수는 없으니까. 사람들은 왜 선을 그어 둘로 나뉘려 하는 것일까.


때때로 그것은 연극처럼 비치기도 한다. 싸우는 장면을 연기하는 배우들 같기도 하고, 그렇다면 서로에게 총을 겨누고 누군가 하나가 피를 보는 장면까지 영화 속 한 장면이라 말할 수 있는가. 누군가가 그러한 각본을 써놓았다면 연기자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일까. 그런 연기를 하고 싶지 않은데 만약 상대 연기자를 죽이고 밟고 올라서야 하는 시나리오가 있다면 나는 그것을 어떻게 연기할 텐가. 영화를 만들면 평화주의자가 될 수 있다. 전쟁을 야만적인 행위에 비유하며 그곳에서 한 발짝 떨어져 세상을 바라볼 때 누구든지 평화주의자의 길을 걸을 수 있다. 그래서 예술가들 중에는 좌파들이 많다. 재밌는 건 1950년 6월 25일 날 일어난 전쟁은 북한의 남침에서부터 시작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현실이다. 모든 인간이 동등할 수 없고 이익을 분배하고 나눠가질 수 없다. 프렌치 시크의 대명사로 잘 알려진 샤를로뜨 갱스부르 같은 경우에는 프랑스에서 강남 좌파 정도로 불렸다. 지금은 미국으로 거주지를 옮겼다고 하는데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다. 이민자들로 넘쳐 나는 도시 파리에서 그녀는 어떤 포지션에 있었을까. 서로 농담을 주고받고 덕담까지 나누는 사이라면 한 패로 간주되고, 그런 논리라면 샤를로뜨는 이민자들과 같은 편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내 알 바는 아니었지만 프랑스에 있을 때 한국에도 이민자들이 넘쳐난다면 어떨까 생각해 보기도 했다. 나는 그들을 경쟁 상대로 생각한다. 그래서 농담을 주고 받을 수 있고 덕담도 나눌 수 있다. 내 편도 없고 니 편도 없다. 세상은 선을 그어 나누어져 있지 않고 모두 점이 되어 섬처럼 고립되어 있다.


어떤 섬에는 전기도 들어와 밤이 되면 반짝반짝 빛난다. 지구 바깥에서 이 광경을 목격하고 있는 자가 있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 그건 윌포드의 시선일 수도 있고, 하지만 길리엄은 그 세계 안에 머물며 꼬리 칸의 현실을 목도했다. 배신감 느껴지는 일이었을 것이다. 단지 서로 몇 마디를 주고받은 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버림 당하는 일처럼 느껴질 수 있다. 앞만 보고 달려온 자라면 더욱 그렇다. 뒤를 보지 않았던 것이다. 전진하고 있다 생각했는데 제자리라면. 열차가 앞으로 달리는 줄로 알았는데 그저 지구 한 바퀴를 돌고 있었던 것이라면. 하지만 윌포드는 왜 꼬리 칸으로 향하는 역행의 길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왜 그 자리에서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인 사람처럼 행동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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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 2013


기차를 반대 방향으로 달리게 하면 꼬리 칸 사람들이 리더다. 그들은 엔진을 만들 수 없는 사람들이었기에 그랬던 것은 아닐까.


내가 설국열차를 설계한다면 앞뒤로 모두 엔진을 만들어둘 것이다. 언제든지 반대 방향으로 달릴 수 있도록. 가운데에 있는 것이 가장 평화로울지 모른다. 혼자서 단백질 블록을 제조하며 반쯤 미쳐 있던 그 인간. 난 그 모습이 봉준호 감독 자아에 가장 가까웠다고 생각한다. 폴 라저. '괴물'에서도 나왔는데 그는 '양들의 침묵'에 출연한 배우이기도 했다. 미국 국적이겠지만 출생 정보도 구글에 나와 있지 않다. 그렇게 사는 것이 맞는지도 모른다. 포지션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앞칸 사람들과 뒷칸 사람들이 서로 오갈 수 있는 문화라면 폴도 정상적인 모습으로 살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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