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7
한국에서는 내가 사라진 일을 큰 사건으로 다루고 있었다.
'정인형 감독이 동해안의 한 해변에서 실종됐습니다.'
공중파 방송부터 시작해 제주 지역의 언론사까지 정인형 감독 실종 사건을 심각한 목소리와 어체로 보도했다. 차기작을 함께 준비 중이던 윤선아 대표마저 인터뷰 요청을 받는 등 주변 사람들이 시달렸다. 나의 가족은 참담한 나날들을 보냈을 것이다. 해경이 수색에 나섰고 전경 2개 중대가 주변 지역을 샅샅이 뒤졌음에도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해변 한가운데에 돗자리, 그리고 선글라스 하나가 남겨졌을 뿐이었다. 그곳에서 100미터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발견된 차는 임혜영의 것으로 확인된다. 차 안에는 옷과 가방이 있었다. 신분증이 든 지갑과 카메라, 핸드폰 그런 것들로부터 잠시라도 해방되고 싶은 마음이었다. 자동차가 멈춰 섰을 때 난 그곳에 눕고 싶었다. 모래들을 보며, 바닷물이 반짝이는 것을 보며.
어떤 기자는 나를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람처럼 단정 짓기도 했다.
"유서는 발견됐습니까?"
경찰의 뒤를 쫓으며 그런 질문을 했을지도 모른다. 정말 사망한 것으로 생각했거나, 아니면 조그마한 기삿거리 하나라도 건지기 위해 그런 질문을 던진 것이었거나. 추측성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고 평소 우울한 삶 속에 있었다는 누군가의 말이 증언처럼 사용되기도 했다. 평생을 그렇게 살았는데 하필 그날 그랬을까. 내가 만든 영화를 본 관객들은 모두 동의했을까. 그를 죽음으로까지 이르게 한 게 고독은 아니었나라는 질문 따위가 이미 던져지기 시작했던 것은 아닌가. 하지만 경찰은 해변에 남겨진 세 명 이상의 발자국을 확인하고는 실종에 무게를 실었다. 하나는 신고자의 것, 하나는 정인형 감독의 것. 그리고 나머지 두 개는 누구의 발자국인가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물론 기자들의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지만 말이다. 방송국 보도 영상에는 그들을 피해 달아나는 경찰들의 모습이 담길 뿐이었다.
나는 이곳에 있다. 그들이 이곳으로 올 수 있을까. 이곳을 찾을 수 있을까. 목격자도 존재하지 않았다. 목격자가 있었다면 아마 그녀가 유일했을 것이다. 해변가를 걷던 백인 여자.
p.8
바람에 날리는 머릿결을 그대로 두었던 여자. 누운 채로 그녀가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위태로워 보였고 난 어지러움에 곧바로 시선을 떼어냈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누군가의 의지로 인해 나는 이곳으로 이끌려왔다. 나는 바다 한가운데에 둥둥 떠 있는 공이 아니었다. 바람에 물살에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부체 같은 것이 아니었다. 내 두 다리는 철조망을 넘고 다시 넘어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는 운명을 정해주지도 못한다. 마음은 수도 없이 그것을 넘었건만 육체는 꿈을 실현시켜주지 못했다. 내 마음은 애초에 이곳에 감정을 두지 않았다. 눈을 떠 라 부장의 시선을 마주했을 때 나는 이곳이 내가 살던 세계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나는 직감했다. 다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그곳의 공기를 다시 맡게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