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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문 차장

by 문윤범


꼭 등장시키고 싶었던 인물. 내 소설 속 문 차장. 차관급 대우를 받는 자가 그런 일에 깊숙이 관여한다고? 그런 식으로 스스로 묻고 따졌는데.

모든 걸 현실에 맞출 수는 없다는 게 내 원칙 중 하나이기도 했고. 원래는 문 부장으로 하려 했는데 극 속 라 부장이라는 인물의 비중이 컸고 두 인물을 같은 급으로 다룰 수는 없었기에.

김영삼 대통령 시절 그는 브라질로 간다 했다. 대통령의 브라질 순방에 앞서 한 달 먼저 파견되 임무를 수행한다는 것이었다. 친척 중 당시 안기부에서 일하던 형님이 한 사람 있었는데, 명절 때 그가 돌아가고 가족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다. 그 기억이 조금 틀린 것일 수도 있지만.

그때 난 그런 사람이 대단한 지위에 있다 생각하게 됐고, 왜 그러는지 아빠는 늘 먼저 큰소리치고는 했다. 어디를 가나 겸손하라는 듯. 아니 꼭 내가 안기부에 큰소리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듯이 말이다. 지금 와 말한지만. 아빠, 알아서 겸손하셨겠죠 뭐.

난 그런 지위에 대한 욕심이 없지만 그런 삶에 대한 궁금증은 무척 컸다. 국가를 위해 국민이 알지 못하는 비밀스러운 일을 하며 싸우는 일에 꿈이 있었을 수 있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Notorious'를 보고는 굳혔는지도. 그곳은 꼭 브라질이어야 한다고.



정인형이 리우데자네이루로 가게 된 배경에는 그런 저런 이유가 있었는지 모른다. 보사노바, 한창 나라 레앙의 'Corcovado'를 들으며 글을 썼다.

그 유명한 안토니우 카를루스 조빙이 만든 그 곡을. 누군가에 노래 하나를 사 포장해 선물할 수 있다면 그러고 싶은 곡이었다. 보사노바는 왜인지 그렇다.

영화감독 정인형 삶의 단편을 그린 이야기. 그 이름은 그냥 떠오르는 대로 지은 것인데 1979년 당시 대통령 경호처장으로 있다 10 26 사건 때 죽은 인물의 것이었다. 난 모를 리 없었다. 그때의 자료들을 정말 많이 찾아봤기에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이름을 잊지 못한 것이었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그 영화를 보고 꼭 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 생각했다. 내가 글로 옮긴 건 그런 영상 장면들이다. 너무나도 개인적인 추측일 뿐이지만 난 토마스 알프레드손 감독이 임상수 감독의 영화 몇 편을 봤고 '그때 그 사람들' 영화에서 분명 힌트를 얻었을 거라 확신했던 것이다. 몇 가지의 근거가 있었다. 일단 시대 배경이 비슷했는데.

언제나 미래로. 최소 현재의 시점으로 옮기고 마는 난 그 시절에나 일어날 수 있던 북괴 공작 사건을 굳이 이 시점으로 옮겨 묘사하고자 했다. 그 영화 마지막 즈음 게리 올드만이 권총을 쥐며 사탕을 까 먹던 장면이 그 영화에서 한석규가 했던 그 연기와 너무 비슷해 확신했던 것이다. 이 정도면 진짜 맞다고.

난 영화를 파헤치고 또 파헤쳤다. 난 첩자 스파이가 되고자 했다. 그럴 의도는 전혀 없었지만. 문학은 영화가 발전하고 영화 감상이 일상이 되며 쇠퇴했다 그게 내 결론이었는데.

그런 영화를 난 사랑했다. 적에 대한 증오는 곧 애틋한 감정으로. 난 이 나라에서 작가라 불리는 인간들에 약간의 혐오감 같은 걸 가졌는지도.

김혜리라는 이름의 영화평론가의 그 한 줄이 그 영화에 대한 한 줄평으로는 가장 와닿았다.

'두더지를 찾다 보니 파헤쳐진 건 마음.'

마음을 들켜 두더지들이 여기저기서 기어나오는 그림을. 다음 이야기로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본격 정치 이야기. 본격 이런 말 쓰면 뭔가 일본 사람 같지만. 뭔가도 일본인들이 자주 쓰는 말 난까고 뭐 아무튼.

또 대구로 가 PC방에 찡겨 글이나 쓰는 게...


https://youtu.be/ihJUdoJUEKA?si=2L8Vxxt7U_HChgB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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