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자리에서 정치 이야기를 꺼내는 건 실례일 수 있었다. 누군가에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냐 물었다 곧바로 회피하는 걸 보고 내가 또... 싶었다. 그래도 그게 이상한 일은 아닌데.
야구 축구 이야기도 다를 것 없었던 듯하다. 난 리오넬 메시가 좋은데 그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좋아했다면 곧바로 부딪힐 각이다. 물론 현명한 사람들은 그런 다툼을 피하려겠지만. 그냥 웃고 넘길 수 있는 일이니까. 참고로 내가 좋아한 축구 선수는.
국민의힘 당원의 한 사람으로 요즘 어디서 정치 이야기가 나오면 참 괴롭다. 올해가 반 정도 흘렀을 때였나 난 탈당하기로 마음 먹었는데 그러기 위해선 서류를 작성해야 했다. 귀찮아서 안했다. 한달 5000원 돈 내는 걸 연말정산 때 그대로 돌려받는 것도 경험해 굳이 나가야 할 이유도 없는 듯했고.
마음은 그 당을 떠났지만 정치에 투자한다는 마음으로 아직 남아 있다. 고로 난 국민의힘 소속이다.
The Siege, 1998/ Edward Zwick
난 억울하지만 그렇다고 내게 책임져야 할 게 없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그가 대통령이 되는 걸 막지 못했으니. 한편으로는 이재명이 되지 않은 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으니까. 언제 할지 모르지만 다시 선거를 치르고 그때 그가 대통령이 되면 난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한다. 그걸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아니, 그보다 더 나은 사람을 찾고 그가 앞에 서도록 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한 국가의 주권이 개인이나 집단이 아닌 국민에 있음을 확인한다 정의되어 있지만 착각하지 말아야 할 건 정부가 있다는 하에 그렇다는 것이다. 그건 다수의 사람들이 동의만 하면 소수 정당은 힘 못 쓰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유 국가는 아니라는 말이 된다.
내겐 해결책이 있다.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두 개의 정당 중 하나를 택하는 일을 멈추게만 한다면 말이다. 아니, 모두 생각의 자유를 가질 수 있다면.
사람들은 먹고살기 바빠 정치에 시간 투자하기 힘들고 정치인에 큰 부분을 맡기게 된다. 선거 때 위성 정당 만드는 일만큼은 없어야 한다. 그러려면 이기고자 큰 정당으로 들어가는 일도 없어야 하는 것이다. 내가 국민의힘으로 들어간 건 그 당을 좀 바꾸고 싶어서였다. 발전할 가능성이 더 큰 곳이라 생각했다.
꽤 변했다 생각한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좀 있어서라 믿었다. 그러나 절대 달라지지 않는 게 있는 것을 봤다.
그 팀에 속한 멤버로서 윤석열 탄핵을 놓고 갈등했다. 우리 당 소속 대통령을 내쳐야 하나? 그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그 당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지켜봐야 하나? 그럴 수도 있는 일이지 뭐.
팀 분위기 멤버들의 사기를 생각했을 때는 탄핵해야 한다 외치기 힘들었다. 그렇다고 탄핵만은 막아야 한다 외칠 수도 없었다. 그러던 중 질서 있는 퇴진이라는 좋은 말이 나왔다. 좋은 말, = 결국 아무 소용 없는 짓.
조용히 투표하는 방법 말고는. 그 전에 더불어민주당에서 역사의 죄인이 될 거냐며 이쪽을 밀어 붙였다.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인지 아닐지는 시간이 흘러 말해줄 것이다. 그때 사람들이 평가할 것이다. 조용히 투표하면 됐다. 아무 문제 없다. 어디서 그런 말할 필요 없지 않은가. 난 탄핵 찬성해요 반대해요 그런 말. 그건 무척 개인적이고 어려운 문제이기에 강요할 수도 강요당할 이유도 없지 않는 건가.
모든 개인이 모여 국가가 이루어지기에 완전하지 않다는 걸 인정하지만 단 한 사람의 의견이라고 묵살하면 그건 정당하지 않다. 그런데 만약 계엄이 정당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겐 그게 쇼처럼 보였던 건 왜인지. 자신은 인기에 관계없이 국가를 위해 싸운다면서 왜 그런 개인적인 결단을 내렸던 걸까. 그건 훗날 영웅으로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 아니었나.
인기가 없으면 무슨 일을 해도 사람들이 지지하지 않고 영웅이 되지 않으면 누구도 그를 따르려 하지 않는다. 인기에 연연하지 말고 영웅이 되려 하지 말아야 한다. 다만 지지를 얻고 자신을 믿고 따르게 하려면 그 정도로 어려운 일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더 나아간 말과 행동들, 모습. 만에 하나 진짜 혼자 100명을 상대로 싸우는 상황이었다 해도 말이다.
저런 리더라면 한 번은 더 믿어볼 만하다, 저런 지도자라면 한 번은 더 지켜야 할 가치가 있다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다면. 누구도 그 시절의 그 결단 비상계엄을 재현하지 않을 때 나는 한다 보여준 그 모습에 난 동의할 수 없었다. 그게 무슨 레트로고 복고인가, 그게 리바이스 빈티지 청바지 복각하는 일인가 말이다. 계엄이라는 악몽을 꾼 국가에 그건 정말 난해한 해석이었다.
그가 내세우는 이유는 분명하고 확실하다. 더불어민주당이 독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입법 독재, 이재명에 불리한 판결만 나오면 누구든 탄핵하려는 시도들이 나 또한 꼭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확신할 수 없고 내가 틀린 것일 수 있으니 기다려야 한다. 난 틀렸다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만약 누가 맞고 틀리는 문제가 아니라면.
실패를 많이 경험한 사람으로 내 실패를 내가 인정하지 않으면 난 절대 나를 이길 수 없는 것을 느껴 평가받으려 한다. 그 평가는 내일 아침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난 작가로서 사람들에 인정받지 못하는데 훗날 난 어떻게 이야기되고 그려질까. 문학이 꼭 문학을 공부하고 배운 사람들만이 누려야 할 세계가 아니라는 것을. 적어도 글을 읽을 줄 안다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세계라는 걸 지금 꼭 말하고 싶다. 글을 읽지 못하면 책을 즐길 수 없다. 그러나 글을 느낄 줄 안다면 분명 그 세계에 있을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정치를 모르는 사람들과 난 안다 꼭 말해야만 하는 시대. 수많은 예술인들이 탄핵 정국에 연대하는 것을 보며 씁쓸함을 느끼게 된다. 그들은 한 사람의 국민으로 외치는 것뿐일 테다.
차라리 자기 이름 세 글자 걸고 정치하던가 어떤 당에 속해 그 당 소속으로 말하던가 하는 게 더 설득력 있을 듯하다. 난 예술가이고 싶었지만 정치 또한 외면할 수 없었다.
정치하는 사람들끼리 모인 자리에서는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가감없이 해야 할 이유에 대해서. 그럴 생각을 하면 두렵고 또 두렵지만.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그 방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 다리 후들거리는 일일 듯하지만 그래도. 그때가 오면 반드시.
얼굴 드러내놓고 정치할 필요는 없는 거지만. 그렇게 등 떠밀려 이상한 말도 하게 된 사람들에 용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