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十九齋

by 문윤범


21,490원 하는 돼지고기를 12,894원에 판다. 좋아, 이 정도면 살만한데 했다 21,490원이라는 걸 듣고는 계산이 잘못됐나 생각한다. 멤버십 가입을 해야 그 가격에 살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때의 좌절감을 다시 느끼지 않기 위해 뻗었던 손을 원래 위치로. 원래 있던 곳으로.

보리 먹은 돼지? 캐나다산인데... 그렇지만 언젠가 이곳에서 캐나다산 고기를 사 먹은 기억이 있어 다시 집어 든다. 여기서 고기 사 먹고 나쁜 기억은 없었으니.

맞다, 그날 난 멤버십 가입을 했다. 캐나다 땅에서 온 보리 먹은 돼지 한 팩을 12,894원에 사 간다. 앞다리살과 목살이 한 꾸러미로. 목살로만 하면 심심하고 앞다리 살로만 해도 어딘지 아쉬운데 잘 됐다. 김치찌개 끓여 먹을 생각을 했다. 집에서 가져온 김장김치 한 포기가 벌써 익어 어떻게 할까 생각하던 중. 오랜만에.

파리 거리를 걸었다. 그때 난 정말 열심히 사진 찍고 글 썼는데. 요즘 왜 이러는 거지? 어젯밤 집으로 돌아오며 든 생각이었다. 그 끝에 낸 답은 글을 쓰려거든 어떻게든 쓰고자 하기 보다 어떤 식으로든 주제를 찾고 소재를 찾아야 한다는 것. 어제의 고민이 오늘 아침으로까지 이어진다. 죽곡점이랑 대구오페라점만 처리하고 갈게라고 누군가에 말하다 깨 시간을 보니 7시 30분. 좆됐다 늦었다 일어났더니 해가 떠 있는 걸 보고 아침이구나 하며 다시 눕는 기분이란.

몽파르나스역 근처에 있는 식당 'Le Plombe du Cantal'.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갑자기 뜬 프랑스인으로 추정되는 한 부부가 만든 영상을 보다 요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요즘 왜 이렇게 밖에서만 밥을 먹지? 어느 날 든 생각이었다. 그 끝에 낸 답은.

난 돈이 없었고 외식을 자주 할 수 없었지만 누굴 만나다 보면 가끔 레스토랑에도 갔다. 아쉬운 게 있다면 밥을 먹으면서 와인도 곁들이고 디저트도 먹는 그 문화를 충분히 경험하지 못했다는 것. 그렇지만 아주 가끔, 또는 번화한 거리를 걷다 식당 안 창가 자리에 앉은 사람들 앞에 놓인 접시들을 보며 이미 익숙했던 모습. 그래서 또 떠올리는 그 시절의 추억을.

오베르뉴 지방의 전통적인 요리 알리고는 소시지나 구운 고기와 곁들여 먹기 좋다는 그런 말을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듯하지만 난 충분히 그러지 못했던 것. 그럼에도 어느 프랑스인이 만든 으깬 감자 요리를 먹고는 집 밥을 먹는 듯했던 그 서글프고도 아름다운 기억이.

그 시각 내 있던 곳은 몽마르트르.



튀겨 드릴까요 쪄 드릴까요 삶아 으깨드릴까요 했던 것 같은 그 질문은. 포일에 싸 익혀 나온 감자 한 덩어리를 맛보고는 감자가 고기보다 맛있다 하던 그 기분을. 그날도 난 몽마르뜨에서.

이 모든 게 우연이란 말인가. 캐나다의 영하 30도 40도 추위마저 견디도록 만들어졌다는 외투 한 벌을 보고 괜찮은데? 저런 캐나다 옷이 있었나? 그렇게 찾고 뒤지다 며칠 뒤 캐나다산 고기 한 팩을 사게 되는데.

보먹돼? 손질할 때는 이게 소고기인가 돼지고기인가 싶다 입에 넣으니 그대로 돼지고기라는 걸 느끼게 하는 그 풍미란. 아주 굿.

집에 가기는 공양해야지~ 할머니 사십구재에 온 부모님 친구 분이 한 말이 진실되게 다가온 건. 집에서 해 먹으면 왜 이런 맛이 안 나는지 모르겠다던 그 밥의 맛이란 내게도. 절의 한 편에서 본 그 한 구절이.

그러려고 그런 건지도. 난 이곳을 떠나 다른 세계로 갈 거라던 꿈이 날 그곳으로까지 데려다 놓은 건지 모른다. 난 지금 Le Plombe du Cantal에. 지금 난 다른 세계에 있다. 김치찌개를 먹으면서도 파리 한 식당 안에 있는 듯한 알 수 없는 시간 속에 머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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