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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밀리안

by 문윤범


"내 가슴 위 펄럭이는 국기를 향한 손이 있다면 난 얼마든 그 손을 더럽힐 수 있어. 더 더러운 짓도 할 수 있어. 만약 그게 너라면 난 그가 얼마나 자랑스러울지 짐작할 수 없어."


그 남자가 시현의 앞에 나타난 건 12월이었다. 눈보라 치는 들판을 지나온 듯 코가 얼어붙은 듯했고 팔은 양복점 창가에 선 남자의 것과 같았으며. 그는 인간이 아니었지만. 그와 같이 그 남자는 근사한 옷을 입은 채였는데 시현이 그를 볼 때 남자는 미소 짓는다.

대학가 어느 교차로 위의 두 남자.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려지지 않은 채 두 남자가 서 있다. 서로를 향해 걸어올 때 그들은 마주치며 옷깃 스칠 것이다.

한 대의 미친 차가 지나가고.

"미친 새끼.."

그 여자는 읊조린다. 세상은 미쳐있고 신호등은 무의미하며 횡단보도 또한 소용 없는 그림처럼. 마치 피아노를 연주하듯 또는 계단을 오르듯 다른 꿈을 꾸라고. 그곳에 살라 한다. 이곳에는 진실도 정의도 숨 쉬지 않는다.

"안녕!"

자신을 붙잡고 선 한 남자의 힘을 느끼며 멈춰 서 그를 본다. 그러자 그가 말한다.

"시현이지?"

난 너의 삼촌이란다 그런 말을 하기도 전 시현은 본능적으로 알아차린다. 그의 몸 혈관을 통해 흐르는 피를 느낀다. 그 남자는 또 떠날 것을 짐작한다. 그로부터 17년이 흐른 후였다.

아빠의 웃음이 멈춰 적대심으로 가득한 얼굴이 됐을 때 그가 그 아이 앞에 있었다. 삼촌이다. 네 누이가 너를 용서했을지라도 난 너를 용서할 수 없다. 그는 말했다.

"왜 온 거지?"

양복 주머니에 두 손을 꽂아 놓은 채 그는 서있었다. 그렇지만 난 너의 형제이며 친구이자 동료일 것이다. 세상은 모든 것을 나누고 벽을 세워 구분지을지라도. 아이는 방긋 웃는다. 내 삼촌. 곧 너의 친구이자 동료이며 형제일 것이다.

"시현이 보러요."

아이는 엉거주춤한 걸음으로 그 남자의 다리 앞으로 다가갔다. 그 작은 손이 그 옷 다리를 붙잡는다. 자기 손에 쥔 것을 보라며. 세상 가장 소중한 것이라며.

다시 한 번 웃는다.

"또 올게요."

그가 남기고 간 것은 큰 웃음이었다. 돈도 먹을 것도 어떤 위대한 물질조차 그들 감정을 넘어설 수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잊고 있었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또는 죽어도 이 땅을 떠나지 않을 존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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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1OEron4rXfk?si=3AektjCiuM53MO_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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