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자 협정을 체결했다. 그해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하며 전쟁을 예고했는지도.
그들이 우크라이나 드론의 공격에 픽픽 쓰러지거나 다 포기한 듯 그 물체를 쳐다보는 모습이 잊히지 않는데. 북한 군인이 그러는 모습들이. 재미있게 보고 있는 건지. 기뻐해야 하나 슬퍼해야 하나, 그런 고민을 따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글을 쓰다 보면 그렇다. 내 이런 재능이라면 재능이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는 건 아닐까 생각해 봤다. 그러는 듯했지만.
그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 마냥 기쁜 것은 아니지만. 어쩌다 그리 됐을까.
2014년 셰레메티예보 공항에서 산 티셔츠 하나를 다시 꺼냈는데 여전히 작다. 그때 그 러시아 아줌마는 L 사이즈가 맞을 것 같다 했는데, 서로 말이 안 통하는 동안 어떻게 그런 대화를 나눴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지금 보니 M 사이즈. 십 년이 지나 알게 된 것이다. 그때 우리 사이는 너무 좋아졌는데.
미국인이 만든 소주를 처음 맛보고 그 맛에 감동했었다. 어제는 그 소주를 처음 마셔봤는데 또한 훌륭했다. 26000원 주고 이 소주 한 병을 나눠 먹는 일이 소주 다섯 병 갈라 먹고 25000원 줄 바에야 차라리 그게 나은 것이라고. 미친 정신일 바에는.
소주가 이렇게 매력적인 술이었나, 프랑스에서 몇 가지 느낌 좋은 술들을 맛보며 이게 진짜 술이라 생각했었는데. 그 생각이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음주는 좋지 않다. 단지 멋지게 미치느냐 추하게 돌아버리느냐의 차이이지 않을까.
전포동의 이 식당은 아직 줄을 서지 않지만 영원히 그랬으면 좋겠다는. 그 사장이 하는 다른 가게들은 전부 다 줄을 서지만, 비싼 한우 먹고 되게 행복했는데. 밥 먹으려고 줄 서는 일이 너무 싫어서. 수용소에 끌려온 몸이 될 것만 같아서.
내가 만약 유대인이라면 나치에 어떤 식으로 갚아줄지 깊이 고민할 것이다.
삼정타워 ee 플레이스에서 이 옷을 보면 못 본 채 하고 지나가기를. 깊은 고민 중에 있으나 알 수 없는 일. 삼정타워에서 이 옷을 입은 남자를 본다면.
모두 그냥 안녕 인사하고 지나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