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의 돼지고기 사랑은 유명하다. 그들의 돼지고기 소비량이 전 세계 절반을 차지한다는 조사 결과 또한 있다. 소고기보다 진한 맛을 내지 못하는 돼지고기 특성상 기름 또한 버릴 수 없게 되고. 기름진 음식을 선호하던 내가 이제는 부담스러워 많이 먹지 못하는 신세가 돼 드는 궁금증이 있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기도 했던 것. 그럼 중국 사람들은 어떻게.
그러다 얻게 된 정보 중 하나는 중국 사람들은 찬물을 마시지 않고 찬 음료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물론 지구온난화로 인해 그런 습성까지 변하는 듯 보이지만. 2025년에는 그들의 식용 얼음 소비가 12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보고 또한 접하게 된다. 그건 그들의 돼지고기 소비량이 조금 줄어들 수 있다는 예측이 되지 않을까.
중국인들 역시 식문화적으로 더 다양한 것을 경험할 테니. 그럴지도 모르니까. 아무튼 내가 중국요리를 좋아하는 건 그 특유의 고소함 때문일지도. 난 스스로를 그렇게 분석했다. 기름을 쓰는 요리는 다 그렇지 않았던가. 웬만하면.
볶음밥을 앉은 자리에서 몇 접시는 해치울 수 있던 내가 이제는 조금 변한 듯 보이지만 그렇다고 중국집을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대신 찬물 마시기를 줄이려는 노력을. 지구온난화에도 난 얼음 소비량을 줄이며 새로운 습성마저 가지는 듯 보이는데.
한국의 중국집에서 파는 요리들만 먹던 내가 보다 본토 요리에 가까운 중국요리를 맛본 것은 어느 세계적인 도시에서였다. 매일 밥을 해 먹는 게 힘들고 나가서 먹으려면 비싸고 그래서 찾은 곳은 중국인들이 모여 살던 곳이었다. 조금 싸고 조금 더 푸짐하게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으로. 더는 빵을 먹기 싫어서가 아니라 밥을 먹지 않으면 견디지 못할 것 같았기에.
자리가 없어 마주 앉은 남자나 여자가 그릇을 손에 든 채 젓가락으로 밥을 퍼 먹던 모습들이 언뜻 지워지지 않는다. 그때 옆 테이블에 있던 꼬마가 얼음이 든 콜라를 마시는 모습을 본 것 같은데.
그곳에서도 언젠가는 꼭 맛보리라 했던 동파육을 먹어보지는 못했는데 그 비슷한 요리들은 먹어본 적 있다. 홍소육의 닭고기 버전 같은 음식은 주말이면 이따금 먹던 최고의 외식 메뉴였다. 왁자지껄한 식당 안에서 반찬 하나 없이 수돗물과 함께 들던. 그 음식 양념에서 생강 맛이 강했던 기억이 접시 위 남은 소스처럼 머무른다.
난 봤다. 달콤한 간장 양념 요리에 흰쌀밥이면 이게 끝이지 않은가 하고. 반찬이 없으면 어떻고 수돗물을 마시면 어때 하며. 난 에비앙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도 했으니.
집으로 돌아와 내가 해먹던 최고의 음식은 김치찌개나 카레였지만. 된장찌개는 끓이면 윗집 사람이 창문을 쾅 닫아 해 먹기 힘들었지만. 그곳에서 먹은 중국 요리들은 날 견디게 했다. 조금만 더 있으라고. 조금 더 버티며 더 많은 것을 찾으라고.
한 번 먹고 한 번만 더 먹어본 오리국수 또한 훌륭했는데 이곳에는 그런 음식을 파는 데가 없다. 오마카세 집에 가면 주는 데가 있는 듯하지만 그 면의 식감 맛을 비슷하게라도 흉내 내는 곳이 있을지 궁금하다. 난 의심한다. 오직 기름을 많이 쓰는 탓에 맛이 있는 건지. 튀기고 삶고 볶는 그들의 복잡한 요리 방식이 더 나은 식감을 만든 탓이었는지는.
확신했던 것은 그 글자들을 보면 난 이끌리듯 다가섰다는 것이다. 분명 난 그랬다. 동파육이든 홍소육이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닐 수도 있다. 그 검붉은색의 소스라면. 그런 흰쌀밥만 있다면. 상하이에 가면 날 기다리고 있을 누군가가 있지 않을까.
이 나라를 해방시킬 작전을 음모처럼 꾸밀 수 있는 곳이라면. 늘 다른 나라 다른 문화 속에서 답을 찾으려는 내가 본 내 모습은. 내게 시선이 있다면 늘 그곳으로 향하기만 한다. 바깥 세계가 날 기다릴 거라는 허무한 기대를 품은 채 집을 나선다. 어느 날 어느 곳에서 폭탄을 터뜨려야만 한다면 어디선가 난 육즙으로 가득 찬 만두라도 던질 각오를 하고 있을 것이다.
https://youtu.be/rEhSfTXJN7k?si=uffON0Ur9ys-bN-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