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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땅 영원하지 않은 국가

by 문윤범



예상치 못한 정체 구간은 다름 아닌 터미널 안이었다. 전국 곳곳에서 몰려드는 차들. 서울, 그 심장은 더 격렬히 뛰기 위해 오늘도 수축과 이완을 멈추지 않고 있다.



눈이 왔구나.. 부산에서는 보기 힘든 눈이 펑펑 내린 듯했던 서울은 이제 맑고 쾌청한 날씨였다. 따뜻한 기운이 따뜻한 날이 올 것을 환영하려 추운 기운을 내쫓으려는 듯했다. 광장의 사람들, 뜨거운 함성. 도시의 한 가운데에서 새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늙은 이 시대의 사람들이 그렇게 외치는 듯했다. 'Stop the steal'.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을 탄핵 심판하는 가운데 아직 이 심장이 멈추지 않았음을 드러내 보인다.



이 나라를 이끌어가려 했던 그들 꿈 희망동조한다. 그렇지만 그들은 처음 권력을 손에 쥐려 했던 것이 아니리라.

똥이 마려워 백화점에 가고 싶었는데 이번에는 압구정 현대백화점에 가고 싶었다. 층층이 화장실마다 만석이었던. 웨이팅이라도 걸어야 하나?


아주 큰 규모의 현대아파트 단지가 형성된 그 땅은 먼 옛날 한적한 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였다. 가끔 누가 미래를 예측할 줄 안다 선견지명이 있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도 보지만 대체로 그들은 그저 이끌리듯 갔던 것이라 생각한다. 아주 큰 꿈이 있는 자가 아주 큰 무언가를 짓고 건설하고 싶었다면 당연히 넓은 땅이 있는 곳으로 향했겠지. 종로는 이제 더 큰 무언가를 펼칠 수 없는 땅이었던 까.


이제 서울에 올 때면 압도되는 것은 그 도시보다 그 주위를 둘러싼 작은 도시들의 발전상이었다. 그런지 오래되었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든 것이었다. 정작 난 앞을 내다보지도 무언가를 예측하려 했던 것도 아닌데. 그때 사람들은 왜 아니라고 안된다고 했던 것일까.



법원에서 난동 사태를 벌인 20대 30대의 유튜버들. 성조기를 흔들고 펄럭이는 아주 나이 많은 사람들과.


미국을 동경하거나 때로 찬양하기까지 하는 자들은 어느 세대에서나 볼 수 있었다. 우연히 찾게 된 공통 분모는 아니었다. 미국 사람들은 혼란스러울 것이다. 우릴 미치도록 지지하는데 우린 무언가 크게 흔들리고. 전 세계가 그렇지 않았던가. 내 편 아니면 적인 이 세상에서 난 모두가 적인 동시에 친구일 수 있다 믿는다.



그 뛰어난 디자이너를 통해 쫓게 된 위대한 한 명의 디자이너가 있었다면 그건 바로 랄프 로렌이다. 랠프 로런이라고 한다. 아무튼 그를 보게 되었다. 가장 미국다운 옷이라는 그가 만든 브랜드의 옷 그 멋을 느낄 수 있을 듯했을 때 나 역시도 그 국가를 꿈꿀 듯했다.


성수역 주위는 이제 주말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로 몸살마저 앓을 듯했다.



20대, 그 시절 내가 느낀 이태원은 혼잡하지만 조용한 동네였다. 흔히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나는 동네라 했지만 이젠 다시 한국인들로 가득 찬 거리 같았다. 대한민국은 그 거리를 탈환 쟁취했는가. 먼 미래의 거리를 보는 듯하기도 했던. 딱 헐리우드 SF 영화에서 보던 그 풍경.


술 한 잔 하고 가세요 하는 소리 들으니 그냥 코리아였음에도. 이곳은 노스가 아닌 사우스. 망국이었다는 조선을 이제 와 다시 소환해야 하는가. 모두 답은 아니라는 생각. 차라리 발해를 꿈꾼다는 그 시선에 동의했을 뿐 이제 또 새로운 국가 새로운 나라를 향한 기대를 품는다. 다시 새로운 박동이 일어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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