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chitect

by 문윤범


몇 년 전에 서면 롯데호텔 로비에서 이센스를 마주친 적이 있었다. 텅 빈 로비 한가운데에서 짧은, 혹은 빡빡머리를 한 두 남자가 서로를 스쳐 지나갔다. 그때의 마주침을 운명처럼 생각한다. 이센스의 랩을 좋아하고, 음악적으로나 여러모로 공감하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 아는 척은 하지 않았다. 거기서 무슨 말을 할까. 힙합에 대해서 이야기하나. 그렇다고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보고 지나갔으면 됐다. 나는 그를 스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처럼 생각하는 듯했다. 이센스의 작사 능력은 크게 인정받는데 많은 팬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고는 한다. 이센스 가사를 들으면 눈물이 난다고. 맞다. 이야기를 가슴에 와닿게 잘 전달하는 래퍼다. 하지만 내가 진짜 심각하게 생각했던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그의 설계 능력이었다. 글자를 구조적으로 잘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흔히 랩이라고 하면 우린 그곳에서 스쳤어 그때 난 지쳐 있었어 그래서 잠이 들었어 버스 안에서 이런 구조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센스의 랩은 조금 달랐다. 끝 글자를, 모음을 맞추는 일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글자 하나하나가 부딪힐 때 나는 소리들마저 염두에 두고. 아니, 그냥 감각적으로 자신이 마음에 드는 소리들을 찾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음악에서 가사 내용이 정말 중요한가. 이센스의 노래를 들으면 가끔 전율이 일고는 했는데 감각적으로 큰 감동을 전해주었기 때문이다. 발음도 정확한 편이라 내용을 이해하는 것에도 큰 어려움이 따르지 않는다. 너무 와닿는 이야기를 해버리면 그땐 정말 눈물이 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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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necdote, 2015


고등학교 때는 등교 시간에 교문에서 학생 주임을 마주치고 싶지 않아 새벽 일찍 등교를 했는데 그 길에서 토이의 음악을 듣곤 했다. 'A Night In Seoul'이라는 앨범이었다. 그 앨범 속 노래들을 들을 때도 전율이 일고는 했다. 눈물이 떨어지려 할 때도 있었다. 다른 장르 다른 이유 때문이었기는 하지만 말이다.

유희열은 마주친 적이 없었다. 고등학생 때는 예술 분야의 일을 그저 우러러보기만 하는 입장이었다면 지금은 하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때 이센스를 마주치게 된 것이 설계는 아니었을까.

이센스가 그날 부산에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고 스케줄을 찾아볼 만큼 열성적으로 누군가를 쫓아다닌 일도 없었다.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단지 감각이 그곳으로 나를 이끈 것은 아니었나. 처음 사귄 여자와 헤어지고 그렇게 토이 노래 들을 때는 그 여자 다시 만나러 가지도 않았는데. 여자보다 내 감각이 더 중요했던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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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Night In Seoul, 1999


예술가는 뭐 하러 되려는 것일까. 돈 많이 벌어 최고의 여자를 만나려는 속셈은 아닌가. 누가 내 인생을 설계하는 것인가. 건축가라도 있는 건가. 이 건축물은 팔도 있고 다리도 있어 이동이 가능하다. 때론 그 자리에 멈춰 선 채로 들려오는 음악 소리나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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