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쟤 요즘 뭐한대?"
제주목 관아는 관덕정으로 대표되는. 그때는 그런 것에 대한 관심도 없이 구제주에서 논다 하면 그 주위 그 동네로 가는 것이었다. 난 유배된 것이 아니었다. 스스로 떠나고자 했다. 20대의 난 그렇게 제주도로 향했는데.
어릴 때 삼촌들은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갔는데. 육지 사람들은 이제 그곳으로 가 장사를 하며 수많은 중국인들을 스쳐 지난다. 조금 놀랐다. 신제주 거리를 걸으며 이곳이 중국의 도시인가 하며 충격 아닌 충격을 받았는데. 그곳에서 대학을 다니던 시절에도 난 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을 봤지만.
남녀가 스쳐 지나며 니하오 인사를 하는 건 그저 놀러 온 것은 아니라는 증거 아니었을까.
자리물회. 제주도로 오면 가장 먹어보고 싶었던 게 있었다. 왜 그렇게 맛있었던 거지? 그때 난 술에 취했으니까. 그저 추억하고 있었던 건지 몰랐다. 제주로 다시 가면 꼭 자리물회를 먹겠다고.
도착하면 가장 먼저 고기국수를 먹고 싶었지만.
다시 오면 꼭 김녕으로 가고 싶었다. 갈치조림과 자리물회, 반찬으로 나온 양념게장 샐러드 등을 너무 맛있게 먹고 택시를 타고 간 곳은 김녕이었다. 동문시장에서 출발해 2만 5천원 정도가 나왔다.
"아직 조금 남았어요."
그 말을 들으며 그 억양을 다시 느낀 듯했다. 제주도에서 택시를 타니 귀를 더 쫑긋 세우게 됐다. 처음 그들 말을 못 알아들은 게 택시에서였으니.
십몇 년 만에 다시 오니 어떠냐고 물었다. 친구가 말했다. 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시간이 너무 짧다 느꼈으니. 처음 김녕 바다를 봤을 때 그 기분을 아직 잊지 못하지만. 더 커진 기분이랄까. 그 풍경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처럼 난 압도되고 말았다. 해운대나 송정 광안리에 비하면 일체감도 없고 아주 조그마한데도. 그런 형태의 해변을 처음 본듯 카메라 셔터를 누르던 기억이.
"얘 요즘 제주도 가고 싶어해."
끝에서 끝인지는 어느 정도 예상을 했으면서도 전혀 예상을 못 해 택시비가 6만 원이 넘게 나왔는데. 김녕에서 서귀포로. 덕분에 난 그 도로 위에 있을 수 있었다. 한라산 아래, 수많은 오름 사이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없던. 무서운 듯 신비하면서도. 그 기분을 정확히 표현할 수 없을 듯하다. 대충 다 도깨비도로 같다 할까. 미스터리 로드들. 내 인생은 꼭 한라산을 가지 못해 그 주위만 맴도는 듯한 드라이브. 난 그 길이 어떻게 이어질지 몰랐다.
범섬 보이는 곳으로.
"걔 제주도 갔던대?"
이중섭 거리도 가보고 싶었다. 어디라도 가고 싶다. 늘 그런 마음이었는데 나도 어디로 가고 싶은지 알 수 없었다. 일본도 꼭 가보고 싶지만 차라리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유럽에 3년을 있었으면서 이탈리아 한 번 안 가본 게 좀 웃기기도 했으니. 진짜 알 수 없다. 북유럽도 가보고 싶고 영국에 가는 건 아예 꿈이라서.
제주 고씨 여자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고 싶다. 이 짧은 여행의 시작은 결국.
왜 저게 호랑이처럼 보인다는 거지? 알 수 없었지만 내 이름의 '범'자는 호랑이 범이 아니어서 상관없었다. 그때 그 중국인이 나한테 했던 말이 떠올랐다. 한국 사람들은 모두 한자 이름을 쓴다며? 그러면서 미소 지었던 게. 시안에서 왔다고 했던가, 아님 신양에서 왔다고 했던지 잘 기억나지 않는데 작은 도시여서 잘 모를 것이라 했다. 자부심 없는 듯한 표정으로 내게 그렇게 말했다. 난 외국인들에 내 이름을 말하는 게 별로 자신 없었다. 말해줘도 잘 따라하지도 못했으니.
탐라? 그 이름도 예쁘지만 제주가 너무 굳어져서 잘 모르겠다. 난 그냥 법환동이 좋다. 애월, 그 이름도 너무 예쁜데. 다른 나라 사람들을 만나면서 굳이 영어 이름이 필요하지 않다 느낀 이유처럼. 알아서 오겠지. 대충 그 즈음 있다 하면 알아서 찾아가겠지.
그놈의 아디다스..
Daydreaming...
지질학자 또는 고고학자처럼 떠났다 이상한 것을 발견한다. 아주 신비로운 것. 기원전 689759년, 누군가 글자라는 그림을 새겨 놓았다 혼자 또 그런 이상한 설정 같은 것을 하며. 미래는 늘 아주 먼 곳에. 그곳에 내가 있었다는.
어제 만난 가이 또 만난. 그 아이가 아니라 그 할망 하르방인지 나도 알 수 없지만.
가파도는 줄 서서 들어가서 줄 서서 나와야 했다. 그런 게 싫어서 가지 않으려 했던 건지 알 수 없지만 그곳은 작고 예쁜 섬이었다. 다음에 시간이 더 있으면.
운이 나빴는지 비행기 결항에 이래저래 안 좋은 상황들이 생겨 너무 짧았던 여행이지만 왜 그리도 길었는지 모르겠다. 십 몇 년 전부터 그런 말을 했던 난. 다시 제주도에 가고 싶다고. 고민시가 자꾸 광고에 뜬 이유로 제주 고씨 여자를 떠올리게 된 나는.
난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몽상가다. 낭만과는 거리 먼. 그게 내 모습인데. 다시 연동으로 왔을 때 누가 툭 건드리면 진짜 울 것도 같았다. 신제주에 다시 왔다니.
품격이 그냥 미쳤더라구요. 광고 아니구요, 어차피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찾아가잖아요.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모든 여러분들, 돼지고기는 진짜 이 집이 정점이더라구요. 추천 받고 갔는데 제주도 여행의 마무리는 결국 돼지고기입니다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