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략자의 얼굴

by 문윤범

https://youtu.be/MYygMVtxy6c?si=XGtqkLuNyrg87my4


그 말에 피식 웃고 말았다. 창의력이란 패턴 파악 그리고 섬세하게 분해, 새롭게 조합하는 것이라는 말을 듣고는. 그러고는 얼굴 표정이 굳고 만다. 그게 바로 AI가 잘하는 일이라는 말을 들은 뒤에는.

한 명의 인간은 자신만의 이름을 가지고 태어나 그 이름을 남길 권리만을 가질 뿐이었는지 모른다. 늘 착각하는 것, 난 정말 창의적인 인간이야, 그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정작 인정하지 못했는지도. 중산층보다도 낮은 계급에 속하면서 그들보다 더 잘 산다 자부하면서도 때로 그걸 견뎌내는 일이 힘들다. 내가 더 제대로 보고 느끼는데 왜 난 그들보다 돈을 더 벌지 못하는 걸까. 만나 얼굴 한 번 제대로 본 적 없는 사람들을 욕하기도 하며. 쓰러질 만큼 힘들게 일할 때는 지원 사격조차 없다가 쉬엄쉬엄 일하겠다 싶으면 가진 총마저 빼앗아가는 인간들. 그게 억울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일을 하며 뼈저리게 느끼는 것이 있어서다. 윗대가리들은 대체가 쉬운데 아랫놈들은 대체가 어려운 것을. 아마 어딜가나 그럴 것이다. 어느 조직이나 리더들은 아주 짧은 주기로 바뀌는데. 국정원 같은 경우 국정원장 임기가 보통 1, 2년으로 아는데 그들이 까는 인적 자원 휴민트는 한 번 뿌리 뽑히면 복구하는데 수년이 걸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조직에 대한 충성심은 없고 돈 안 주면 붙어 있을 이유 없는. 그게 대체가 어려운 이유였다.

그 말은 조직원으로 받아들이면 누구라도 목숨 걸고 그 조직을 위해 싸울 가능성 또한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건 그들을 대하는 그들 태도의 문제다. 단순하고 쉽다고 하면서 그 일을 외국인 노동자들에 떠넘기는 이유가 도대체 뭔가. 적당히 대우해주면 하니까. 그들이 아니면 그 정도 대우 받으면서 그런 일 할 사람들이 없으니까.

가끔 사람들이 물어보고는 하는데. 그럼에도 몸으로 와닿는 건 진심 어린 걱정이었다. 너무 힘든 일을 하는 것은 아니냐고. 물류센터에서 일하니 상하차 하는 거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런 일은 아닌데.

대충 몸으로 때울 수 있는 일과 지속적으로 몸으로 때울 수 있는 일에는 큰 차이가 있는 것을 말하고 싶다. 몸과 머리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는가 하는 부분들을 생각할 때 이 일 역시 창의성을 필요로 한다. 제한된 공간 제한된 인력 풀로 늘 최선의 움직임을 가져가야 하는데.

변수는 너무 많고 다양했다. 나는 예상하지 못하는 일들이 줄줄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궁금해하지 않는다. 복잡할 것 없다. 내일, 다음 주 그리고 다음 달에 어떤 일이 있을 것인가를 아는 것은 내 일이 아니니까. 대충 파악은 된다. 저 점포 저 점포 쉬는 날, 그 주에는 저 새끼들이 보상 심리에 입각해 내일 문 열면 미친 듯이 발주 넣겠구나. 그랬다. 난 어느 점포가 어느 날에 쉬는가를 아는 것도 궁금해하지 않는데 그게 몇 번 반복되다 보면 눈치를 채게 된다. 그렇게 몇 번 당해보면 말이다.

누군가는 무식하다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게 맞다. 난 다른 사람이 하는 일에 관여하고 싶은 마음이 없으니까. 그건 내 일이 아니었다. 난 저 위에서 전략 짜는 사람들을 존중한다 믿었다. 그런 내가 돌변할 때는 아마 그들이 날 존중해주지 않는다 여길 때일지도 모른다. 결정 권한이 없고 책임 질 의무가 없다 해서 우습게 보면 안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결정하는 일이 책임지는 일이 쉽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 또한 아닌 것을 말하려 한다. 난 이 사회에서 모두가 동등하다는 걸 증명해보이고 싶다.

난 매일 결정해야 한다. 오늘은 이걸 먼저 할까 저걸 먼저 할까, 내일은 다른 패턴으로 갈까, 어제 쉰 저 점포 분명 내일 미친듯이 발주할 텐데 그게 현실이 되면 어떻게 움직일까. 책임 질 각오 또한 해야 한다. 그러다 실수하면. 잘못 일 처리하면 그 무거운 책임을 어떻게 안고 가야 하나. 끝내 이 일은 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는 문이 열려 있지 않은가 하는 질문 또한 던지고 만다.

그래도 이 일은 한국어를 보고 읽을 줄 알아야 해서. 아주 빠른 시간 안에 보고 판단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에. 한국어 시험 테스트에 통과하지 못하면 이 일은 하기 힘들 만큼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나도 결정하고 책임지려한다. 밑에 놈이 설치면 더 안 좋게 받아들일까 물러설 뿐이지. 책임은 내가 지고 결정은 내가 하는데 니가 왜? 그런 생각을 가질 까봐.

그런 내가 특별한가? 그런 노동자의 심리를 난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표현하려 한다. 돈 더 못 벌면서 이 일 할래 돈 더 잘 벌면서 저 일을 할래 물으면 난 뭐라 대답할까. 그런데 그건 내가 정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고.

최저시급이 계속 오르며 기업들은 점점 더 타이트한 경영 운영을 하게 된다. 경기 침체 때문에 새 정부가 그 일부터 하겠다는데 뭐라 할 말은 없지만 내가 느끼는 건 그럼에도 더 비싼 차 몰고 더 비싼 음식 먹는 사람들은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 더 가치 있는 일에 투자하는 그 바람직한 일을 난 비판하려 들지 않는다. 다만 진실을 알고 싶을 뿐이다. 경기가 침체 중인데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 하고 말이다. 아니면 그러느라 다른 작은 일에 돈을 못 쓰는 건가. 더 큰 투자를 위해 버려야 할 작은 것들이 더 많아지는 것일까. 그게 리더의 지금 입장을 그대로 보여줄 문장들일 수 있을까.

내가 사장이라면 회사를 어떻게 꾸려나갈까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있었다. 200만원씩 열 명 월급 주던 내가 300만원 씩 열 명 월급 주면 어떤 구조로 운영해야 하는가 그런 단순한 상상은 해본 적이 있다. 난 못하겠다. 그게 내 머리가 나빠서인지 그런 식으로 머리 굴리면 머리가 더 나빠질 것 같아서인지 알 수 없지만 더 깊이 파고들지 못할 것 같았다.

할 일 없는 사람처럼 돌아다니다 집에 오면 이 지구라도 구할 듯이 이 글자 저 글자를 배열하는 놈. 내 집에는 두 인간이 산다. 발로 걷지 않으면 머리를 쓸 수 없다. 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제대로 걷지조차 못하는 그런 아주 결정적인 증거가 있음에도 두 가지 일을 구분하려 드는 자들이 있다면.

난 모사드처럼 이란 군 수뇌부를 한 곳에 모이게 해 타격할 만큼 집요하고 잔학한 면모를 가진 자일지도 모른다. 한편으로 늘 평화를 원한다는 그런 아름다운 사상을 가진 자. 싸움은 늘 구분지으려 할 때 일어난다. 그걸 싸움으로 꾸미는 것 또한 전략적이라는 것 역시 이미 파악하고 있다. 자신에게 더 접근하지 못하게 하려 더 나쁜 일을 꾸미는 자들.

이스라엘은 도대체 왜 이란을 공격했을까. 유대인이 자신들 예배당에 다른 얼굴의 인간이 들어오는 걸 그 누구보다 끔찍하게 생각한다는 걸 직접 경험해 본 적이 있어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진다. 들어오지 말라고 먼저 때린 것이었다. 내 모습을 보려 하지 못하게 먼저 공격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랍인이라고 크게 다를 건 없었지만.

그때 난 침략자였다. 아랍인들만 가는 카페에 가고 싶고 유대인들이 예배드리는 곳에 들어가고 싶었던. 그게 바로 침략자의 얼굴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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