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런지 커트 코베인을 좋아했다. 너바나의 Nevermind보다는 오히려 실버체어의 Frogstamp를 더 좋아했지만 말이다.
그런지 룩도 한때 유행이었다. 너바나나 펄 잼과 같은 밴드들에 영향을 받은 청춘들이 늘어진 셔츠나 물 빠진 청바지 등을 입으며 머리를 흩뜨려트려 놓은 채 다니면 그런지 룩으로 분류됐다. 1990년대 초반 미국에서 일어난 경향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옷 입는 것만큼은 따라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교복이나 청바지를 입는 것이 일상이어야 하는 것은 10대의 나이에 당연한 일이었지만 말이다. 긴 머리가 어울리지 않기도 했고, 커트 코베인과 같은 아름다운 얼굴은 그저 우러러봐야 하는 것이었을 뿐. 그래서 그런지 난 빌리 코건을 롤모델처럼 생각했다. 너바나나 실버체어보다는 결국 스매싱 펌킨스를 더 열렬히 지지했다.
록 음악에도 종류는 많은데 너바나나 실버체어는 같은 그룹에 묶인다 쳐도 스매싱 펌킨스는 또 달랐다. 갈수록 조금 덜 강렬한 음악에 이끌렸던 것 같다. 원래는 메탈리카를 최고로 생각했었다. 중학교 때는 강렬함보다도 강한 음악들을 찾았다. 그전에 우리나라 밴드 시나위를 알게 된 것은 서태지와 아이들 때문이었다. 록 음악을 듣기 시작한 건 결국 서태지 때문이었다.
분노의 역사는 어린 시절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부모의 싸움? 선생들의 체벌? 누구나가 다 경험했을 지옥을 터널 진입의 핑계로 삼기에는 변명스러운 행동들이 많았다. 경쟁 체제로의 진입에 대한 압박은 아니었는지. 고속도로를 달리면 그런 기분이지 않은가. 서로 엇비슷한 속력에 잊힐 뿐 우리는 위험한 속도로 질주하지 않았던가. 30대가 되고 40대가 되어. 도시의 사람들은 정체를 일상으로 여기는 듯 간신히 한 발짝씩을 앞으로 내밀 뿐이다. 자동차들이 그런지 룩을 입은 듯하다.
그러나 저러나 요즘은 어떤 노래가 유행인가. 동방신기보다는 BTS 인가. 나보다 네 살 다섯 살 어린 사람들이 인기 있을 때부터 아이돌 음악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운전면허를 딴지 20년 만에 다시 도로로 나가고 싶어지는 지금 괜히 샤이니의 셜록이나 들을 뿐. 그럼에도 대중교통 이용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은 이곳에서의 경쟁이 도로에서의 경쟁보다는 나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하철은 힙합이다. 힙합이라면 내겐 Come Back Home이 출발점과도 같은 곡이었다. 컴백홈. 집을 나서,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기 위한 싸움.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은 모두 지쳐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