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똑같은 인간이야"

by 문윤범


영화 '어쩔수가없다'를 해석한 영상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그 이야기를 한다. 접점이라면 접점이랄까, 그 다양한 사람들이 하는 분석에도 서로 만나는 지점 같은 것이 있었다. 대체로 비슷한지도 모른다. 인간은 다 똑같다. 꼭 자기 자신을 죽이는 것 같다고.

유만수가 구범모, 그리고 고시조를 죽일 때 그는 연민 같은 것을 보인다. 마치 자신을 보듯 결단을 뒤로 미루기라도 할 듯이 머뭇거리는 모습들을 담아낸다. 이병헌의 연기를 통해 감독은 그런 인간상을 표현하는 듯했다. 보통 목이 꺾여 쓰러질 때는 비슷한 유형의 사람에게 당해 그렇게 됐다. 난 가끔 UFC나 격투기 시합을 본다. 그들은 대게 비슷한 유형의 인간들이었는데.

어떤 선수는 뜨겁고 또 어떤 선수는 차가운 눈만 드러내지만, 싸우는 모습 자세도 서로 다 다른데 결국 같은 방식으로 서로를 때려눕혔다. 대체로 다 다리 스텝을 무력화시키려 들고, 그건 상대가 어떻게 나오는지를 보려는 것이기도 했고 그런 다음 조금씩 조금씩 접근해나간다. 오른손 잡이냐 왼손잡이냐, 쭉 뻗는 손이냐 크게 휘두르는 손이냐 그런 차이는 분명 있겠지만 기어코 턱을 맞추려 든다. 유만수가 구범모와 고시조를 죽이려는 접근 방식 또한 모두 같았다. 모두 총을 쏴 죽이려는 목표로 움직였다. 그 총이 어디서 난 것인지는 영화를 통해서..

원작 소설을 조금만 읽어봐도 알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그런 설정도 흥미롭다. 그 총을 누군가에 물려받은 것이라면, 그 본성이 과연 타고난 것이냐 아니냐를 논할 때 사람들은 보통 둘로 나뉜다. 인간은 선하다, 그렇지 않다 인간은 악하다로.

취직을 위해 살인을 저지른다는 설정이 너무 과하다는 말도 있지만 영화이니까 가능한 이야기이지 않을까. 창작자의 입장에서는 분명 그런 고민이 생긴다. 그렇다면 이걸 어떻게 조금이라도 현실처럼 보이지 않게 할까와 같은. 너무 리얼하면 안 되고 그렇다고 말도 안 되는 것들을 마구 집어넣기에는 현실성이 떨어져 보이는. 이게 무슨 말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그가 없애려는 대상은 모두 같은 업을 가진 사람들. 치고받아 피부가 찢기고 얼굴이 망가져도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링 위에 오르는 자들처럼 같은 부류 비슷한 종의 인간들을 죽이려는 만수. 유만수 이름의 뜻도 영화 중 흘러나왔던 것 같은데 잘 못 들은 듯. 아무튼 올드보이 오대수랑 같은 메커니즘의 작명이었다는 것은 이해한 듯. 오대수 유만수, 미리 미도. 마고메드 안칼라예프 알렉스 페레이라..

오랜만에 남성이 중심에 있던 그의 영화 어쩔수가없다. 드라마 '동조자'가 너무 잘 만들었다 생각했던 것처럼 최근 그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변화가 반갑기도 하다. 난 진짜 친절한 금자씨를 좋아해 그의 영화는 무조건 남성이 주인공이어야 한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리틀 드러머 걸' 드라마도 정말 잘 만들었거든. 그의 영화가 계속 뻗어나가기만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어떤 부분에서는 돌아오기도 했다. 물론 어쩔수가없다는 '올드보이'와는 완전히 다른 영화다.

그가 만든 영화의 장면 장면은 밀도가 높다는 말이 와닿는다. 너무 많은 상징 또는 의도 같은 것들이 있다 여긴다면 그건 그의 영화를 잘 이해한 걸지도. 그 와중에 아주 가벼운 밀도의 장면들이 있는데 난 그게 하이라이트라 봤다. 이젠 그 감독의 영화를 많은 사람들이 알고 또 이해하고 있다. 이해 못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 것 같음에도 말이다. 영화는 이해할 필요 없지만 인간은 이해가 필요하다. 그들에 대해서는 말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 다른 이유를 가지고 살면서도 모두 같은 말을 하고는 했다. 어쩔 수가 없다 와 같은. 이젠 내가 혼자 속으로 그런 말을 하려 하면 조절하려 든다. 그 영화 제목을 보고 난 후 달라진 점이다. 그래도 어쩔 수가..


https://youtu.be/zON5t9_Pk0k?si=zx91MJL9pwUYMS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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