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onia'

by 문윤범


최고 여배우 그 위상을 그린 듯한 영화. 이 시대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배우. 엠마 스톤은 이 영화에서 미셸 풀러라는 여성 CEO를 연기한다. 그러면서 미셸 오바마와 함께 찍은 사진이 슬쩍 나오기도 하는데.

그가 돌아오는 곳은 결국 여배우의 위치였다고. 한국 영화 '지구를 지켜라!' 리메이크작, '부고니아'의 스토리였다. 난 그런 해석을 한다. 흥미로운 건 그 과정에서 한국인 감독 영화들의 추억을 몇몇 불러 일으켰다는 것이다. 오프닝부터 그랬다. 그 시퀀스는 박찬욱 감독 영화 '스토커'를 떠올리게 했다. 만발한 꽃들 사이 벌의 비행과.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영화에서는 그의 작품들에 자극받은 듯한 장면들을 종종 보게 된다. 또 이번 영화에서는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을 그리게 하는 장면들이 있었는데. 아직 보지 못한 그의 영화 '송곳니'의 몇 장면들을 보니 또 기생충이 떠오르기도 하고. 자기들끼리 숨바꼭질 술레잡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들 사이에는 분명 어떠한 상호 작용 같은 것이 있어 보인다. 경제 잡지의 표지를 장식하는 그 얼굴, 유리 벽 안 CEO의 모습 같은 것들은 봉준호의 그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가장 충실히 해낸 건 원작의 재해석이었을지도. 내가 아는 바로는 거의 비슷한, 그러니까 확실히 리메이크라 할 만한 영화라 볼 수 있었다. 난 그 영화 표지가 별로 끌리지 않아 보지 않았었는데.



마치 먹어서는 안될 것을 먹고 돌아오는 기분처럼.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난 그랬다. '가여운 것들'을 극장에서 봤을 때만큼의 감동은 오지 않았는데. 처참한 광경들을 목격한 듯도 했다. 잊을 수 없는 몇몇 장면들이 뇌리에 박힐 듯이. 주목받는 여성 CEO를 납치하고, 남자 주인공은 그가 외계인일거라 굳게 믿는 그런 설정부터 이 영화는 뭔가 흥미진진해야할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캐스팅이 비교적 단출하다면 그때 눈치 챘어야 한다. 화려함과는 거리 먼. 벨라가 날 들었다 놨다 하고 명품 조연으로 극을 이끌어간 마크 러팔로가 날 울고 웃게 했다면 이 영화는 그렇지 않았다. 깊이 몰입해야 했던 만큼 피로도도 높았던. 오랜만에 두 시간이 안되는 길이의 영화를 보는구나 기뻐했지만 힘들기만 했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말이다.

보다 연극에 가까운 영화처럼 다가온. 무대가 비교적 한정적이었고 대사가 아주 많고 앞선 작품들에 비해 카메라의 움직임 역시 정적이었던 듯하다. 다들 표정은 살아 있던. 짭 데이먼이라 불리는 제시 플레먼스의 연기는 처음 접했는데 기억에 남았다. 테디의 그 표정들이.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말이다.

가여운 것들이 뮤지컬과 같았다면. 집에서 컴퓨터로 다시 보고 싶은 영화다. 극장 상영은 머지않아 종료될 테니. 최신 개봉작인데 하루 한 번 상영하는 거 보니 안될 것을 아는 거다. 이 영화가 안된다는 게 아니라 극장에서 팝콘 흘리면서 먹으며 보기에는 영 아닐 수도 있다는 것. 속을 비우고 먹는 게, 아니 보는 게 나을지도.

저녁에 출근해야 해 잠 안 올까 커피 한 잔 마시지 못하고 온 게 아쉬울 뿐. 일요일 추운 아침, 그러나 점점 더워지던 날 낮의 온도. 조금 더 날카로운 감각으로 다시 매만진듯했던 영화.

외과 수술식으로 피부에 칼을 갖다 대는 게 그의 영화였다. 끝내 몸 안에 든 것들마저 끄집어내는 그는 과를 넘나드는 집도의와 같다. 수술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다면 보는 걸 추천하지 않는다. 수술을 받고 나오는 기분 같기도 했다. 내 정신은 과연 치료됐고 점차 나아지게 될까.



군집현상은 여러 개체가 상호작용하며 특정 패턴이나 구조를 형성하는 집단적 현상을 의미한다 나온다. 그들은 군집 붕괴 현상에 대해 논한다. 테디는 아예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자로 나오기에 더 깊이 빠져들게 된 이야기.

미셸은 정말 외계인일까? 기어이 그 얼굴을 마주했을 때조차 난 당신이 외계인이라는 것을 안다 말하던 테디의 모습이 지워지지 않을 듯하다. 망상에 빠져 평생을 그렇게 망각 속에 있는 것인지. 그가 사람일까 아니면 진짜 외계인일까를 판단하는 건 관객 각자의 몫일듯하다.



부고니아, 2025/ 요르고스 란티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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