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에 필름 카메라를 사고 사진을 찍었을 때는 인물 사진을 많이 찍었다. 제주도에서 만난 친구의 사진을 많이 찍었고 그곳의 풍경을 담기도 했다. 어느 날은 해안도로에서 외국인 두 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고 있었는데 불쑥 카메라를 들었다. 그랬더니 그들도 멈춰 우리를 사진 찍는 것이었다. 서로의 필름에 서로의 모습이 담긴 순간이었다.
프랑스에 갔을 때는 파리가 마치 사진 찍는 사람들의 천국 같았다. 물론 허락도 받지 않고 카메라를 들이대는 일이 정당하다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때때로 욕심을 부리기도 했다. 그럴 때 멋진 포즈까지 취해주는 사람들이 있었고, 한두 번은 살짝 혼이 난 경험도 있다. 그 한두 번의 경험 때문인지 더 이상 인물 사진은 찍지 못할 것 같았다. 대신에 더 용기 내 허락을 얻어내기도 했다. 그러다 스스로 감탄할 만한 사진을 찍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힘에 부쳤다.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그렇다고 영영 카메라를 내려놓은 것은 아니었다. 타인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노력하면서 최대한 멋진 순간들을 담아내고 싶었다. 그리고 우리나라로 돌아와서는 길이나 건물, 나무나 꽃과 같은 사진들만 찍게 됐다.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기 시작했다.
필름 카메라를 들고 다니지 않을 때도 핸드폰 카메라로 무지하게 사진 찍었다. 하지만 그때쯤부터 사람들은 조금씩 멀어져 갔다. 멀리 조금 더 멀리.
저 멀리서 할머니가 아이를 불렀다. 차 온다고.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막고 있기도 하지만 손녀가 준법정신이 철저하군요.
아랍 사원
스타일 너무 멋있다고 사진 한 장 찍으면 안 되겠냐고 했더니 쿨하게 포즈 취해준 누나인지 동생인지 아무튼 여자. 핸드폰으로 사진 찍는 거 부탁한 적은 거의 없었는데 마침 흔들려버렸다.
아줌마, 죄송한데 너무 귀여우셔서 찍었어요.
신발까지 찍어버렸죠.
비니와 후드 재킷, 그리고 운동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