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식은 영화다

by 문윤범


뻔하고도 또 뻔한. 그저 관습일 뿐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 딴 건 진부해! 클리셰지.

한국 사람인 내가 내 나라 음식이 아닌 다른 나라 음식을 좋아했다면 그 첫 번째 국가는 단연 중국이었다. 난 그 나라 음식을 좋아했다. 이건 영화와도 같아! 이 음식을 만든 사람은 누굴까? 가끔 주방 안을 궁금해하곤 했던 난 중식을 질리도록 먹어 이젠 그 몇 가지 요리의 조리 방법을 알 정도가 됐다. 집에서 짬뽕도 만들어 먹어봤지. 그런데 한계가 있더라고. 그렇게 난 관람객이 될 수 밖에 없던 운명처럼 말이다.

따라 하고 싶은 요리가 있었다면 그 하나는 단연코 중식이었다. 크고 둥근, 또 깊은 팬에 채소들을 볶고 불을 내고 고기를 투하하는. 그런 명장면을 연출해 내고 싶은 것이었다. 집에서는 할 수 없어! 그렇기에 심심한 중식 요리를 만들어 놓고는 나름 만족했던 기억도. 뭐 들어간 건 거의 비슷하니까.

그런 사람이 나뿐만은 아닐 것처럼, 시대는 변화해 이젠 중식을 배울 수 있는 길이 많아졌다. 집에서 영상 하나 틀어놓고 보고 따라 할 수도 있으니까. 중식 요리사는 마치 영화감독처럼 추켜세워지고, 중식에서는 특별히 대가라는 표현이 자주 쓰이는 걸 봤다. 시간이 흐를 수록 그 존경은 사라지겠지만. 그 존경심들은 모두. 별 거 없어 보이기 시작하면서 말이다. 맨날 파 마늘 생강을 볶고 중간 중간 치킨 파우더와 굴소스를 넣겠지. 그러면서 잊게 되는 건 그 수많은 반복되는 동작들이었다. 그게 그냥 좋은 게 아니었나. 그러고 난 후 맛보게 되는 한 접시의 음식 그 가치를.

영화감독의 삶은 어떨까. 난 생각해 봤다. 하늘 위로 풍선 하나를 띄우듯 저 높은 곳을 보며 말이다. 영화를 잘 찍기 위해, 장면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어떤 일들을 할지 말이다. 소설은 영화와 닮은 점이 있었다. 나도 나만의 세계를 꾸며나가면서 조금은 알 수 있게 된 것.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만약 그게 영감이라면 그 영감은 결코 인위적으로 발생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고.

어느 날 그 여자의 소식을 듣게 된다. 내가 한때 좋아했던 그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말이다. 사실 그 아이는 남자였대!?? 이제 새로운 요리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도대체 왜 그런 생각을...

어떤 아픔이 있었던 게 분명하다. 말 못할 속상한 일이, 또는 누군가에 대한 서운한 감정이 있었던 게 분명해! 그런 미친 생각을 하게 된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었을거야. 사람들은 이해 못한다 생각할 따름이다. 넌 왜 그렇게 중국 음식에 집착하는 거야? 그런 질문처럼, 그 후 내놓은 대답처럼 말이다.

삶은 꼭 영화와 닮았다. 누구라도 영화감독이 될 수 있고 소설가가 될 수 있는데 모두 관람객이 되려 할 뿐이다. 그저 독자로 머무르려 할 뿐이었다. 난 그게 함정이라는 걸 알아버린 거야. 모두 내 약점을 파고들려 하고 심지어 약점을 만들려 하는 걸 알아버렸지. 눈치채버렸어. 그래서 그러는 거야! 난 내 이름 세 글자만 쓰고 읽을 줄 알지. 난 한자를 읽을 줄 모른단 말이야!!

난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다. 불순물 하나 없는 순수한 마음으로서. 그렇지만 난 영화라는 그 거대한 산업을 붕괴시킬 궁리를 하고 있었던 거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다시 글을 보게 할까? 책을 읽게 하고 책장 넘기는 소리에 그들이 다시 위로받게 될 날이 올까? 난 책이라는 걸 멀리하고 살았으니. 텔레비전 컴퓨터 앞에 앉아 영화를 볼 뿐이었다. 난 나를 바꾸고 싶었을 뿐이다.

어려운 말 쓰지마! 그리고 잘난 체 하지마라. 오늘 난 훌륭한 중국 음식점 하나를 발견했다. 직감이었어. 그곳으로 가야할 것만 같더라고. 알고 보니 그 사람 여경래 셰프 술친구래. 그런 멋진 우연이 있나.

영화는 중식이다. 물론 난 일본요리도 좋아하지만 또 다른 목적의식을 갖게 하는 대상이었다. 그 국가 그 음식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요리 관련 창작물은 영화 '음식남녀'다. 이안 감독이 만든 영화들은 다 괜찮아. 내가 본 그의 영화들은 말이야. 그 사람이 만든 동파육을 꼭 먹어보고 싶어. 중국요리의 꽃 같아. 그 음식이 내겐.


https://youtu.be/kUrt_hIQwpA?si=hEmN468scSdHTuv-


홍콩 영화의 걸작 중 하나는 '해피 투게더'였지. 왕가위를 데려다줘. 짬뽕 국물에 풍덩 빠진 낙지를 잘라먹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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