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는 것도 일이다

by 문윤범

https://youtu.be/rG_22TdbQ74?si=Nvy8S_ENSc2kYyYh


안성재라는 셰프 그 존재를 처음 마주한 영상. 어떤 식으로든 그 이름을 들어봤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겠지만 그가 말하는 걸 처음 본 건 이 영상을 통해서였는데. 음식 앞에 있는 그의 모습을. 부산에 왔네? 뭐 먹으러 간 거지? 그러고 며칠이 지나 그 가게 앞을 지나갔고 길게 선 줄에 겁을 먹었다 다른 날 손님이 좀 없을 시간에 다시 찾아간다. 맛있는 양념갈비를 맛본다. 난 아주 맛있는 갈빗집을 하나 알고 있지만, 뭐 그곳만 가라는 법은 없었으니까.

한 번 가보고 뭐라 뭐라 말하기 힘들어서 그 가게에 대해 더 이야기할 것은 없지만. 다시 그 영상을 보니 꽤 재밌는 대화 같다 생각이. 카메라가 없는 자리에서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좀 웃길 듯하고. 맨날 혼자 심각한 이야기를 하는 나로서는 말이다. 이건 유튜브이니까. 나도 그 대화에 끼어 고개를 끄덕이거나 맞아, 그런데 그건 이러기라도 할 듯이. 근데 진짜 워라벨이라는 게 있는 거야?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그 낱말은 현대 사회에서 중요하게 이야기 되는 것 중 하나이지만 난 잘 모르겠다. 나도 그들과 같은 생각이다. 사람들은 하루에도 여러 일을 하니까. 돈 버는 일, 집에서 하는 일이나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하는 일도 있다. 가족을 위해 사는 사람들도 있는 것처럼. 그건 각각 모두 중요해서 균형이랄 것은 없는 듯하다. 그 경계가 희미한 듯하다. 쉬는 날에 억지로 몸을 움직여 뭘 해야 한다거나 하는 것은 없었다. 쉬는 날에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으면 불안하거나 그 시간이 아까우니 그렇지.

그 모든 건 연결돼있었다. 직업이라면 내겐 두 가지의 일이 있는데 하나는 돈을 가져다 주는 일 하나는 그렇지 않은 일이다. 일을 하다 힘들면 글을 쓰고 싶고, 어느 날은 글쓰는 일에도 지쳤는지 느닷없이 돈을 벌어야겠다 생각한다. 좀 한심해 보일 수 있지만, 그런데 지금 돈 벌면서도 난 그때 내가 백수였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때 글을 쓰며 내가 어디까지 갔는지 지금 더 분명하게 보이니까. 안성재 셰프와 마주 앉은 그 셰프의 말이 엄청 와 닿은 걸 보면 더 그렇다. 글만 쓰던 그 어느 날에 나 역시 그런 생각을 한 적 있어서. 어느 날 아침 갑자기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생각을. 그의 말을 듣고 그랬다. 갑자기 결론이 나올 것만 같은. 그런 사람들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너무 치열하게 해서 그런 거라고.

적이 많은 사람들도 자기 목숨 위태롭다 느낄 때 있지 않을까. 어떤 경우이든 시간이 지나며 점점 그런 기분을 느끼는 듯하다. 나도 이제 어느 정도 산 것 같은데, 꽤 많이 온 것 같은데, 이렇게 계속 앞만 보고 가다가는 무슨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마치 고속도로를 차로 달리는 기분처럼.

내가 사람들에게 가장 자신 있게 하는 이야기 중 하나, 성공한 사람들이 하는 말은 흘려 듣는 것이 좋다! 그 뼈가 되고 살이 되는 말들을 꼭 쓸모없어진 플라스틱 취급 하는 것 같아 좀 그렇지만 난 그게 맞다 생각을. 저들처럼 살면 일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고 실패하지 않을 수 있을 듯하지만 그렇지 않았으니까. 성공을 생각하고 있다면 이미 큰 욕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지. 그건 도전이 아니야! 성공과 실패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요즘 내가 속으로 가장 자주 하는 말, 이 선택은 올해 최고의 선택이다!

맨날 저 골목으로 지나다니다 한 번 루트를 바꿔본 뒤 그런 말을 하고. 진라면 사려고 하다 열라면으로 바꾼 뒤 먹고 나서 그런 말을 하고. 난 매일 일희일비하며 사는데. 너무 큰 꿈만 꾸지 않으려고. 난 성공보다 더 큰 목적의식을 가진 놈인데 그런 삶을 살다보니 사소한 성공과 실패에도 크게 흔들린다. 마포본가라는 고깃집에 간 그 선택은 성공도 실패도 아니었다는 걸 말하고 싶다.

소설 두 편을 내놓은 뒤 허무함을 느껴서인지 요즘 좀 무기력함을 느끼고. 시간이 지나 다시 새 소설을 쓰겠다는 목적의식마저 억지로 가지려는 듯하며. 아직 완성하고 싶은 소설이 많다. 몇 가지의, 아니 여러 가지의 소스들이 있다. 어떤 재료를 앞에 두게 될지, 또 어떤 방식으로 요리하게 될지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불 앞을 떠나 있으니 또 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맨날 불 앞에 있을 사람들이, 혹은 칼을 들고 움직거릴 사람들이 다시 가위를 들거나 더 센 불 앞에 있는 그 심정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일이 끝나지 않는다, 나라면 그런 말을. 그래, 끝나는 일이라는 게 도대체 어디있어? 고기 먹고 나면 된장에 밥을 먹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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