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by 문윤범
전포동 아더에러에서


우리는 에티오피아


"왜 화내는 거야?"

내 몸 안 모든 물이 빨려 들어가 머리 위로 증기를 뿜어댈 것 같았거든. 미안해, 그렇지만 난.

난 힘이 없으니까. 내 몸은 내 정신 그 무게를 감당해낼 수 없어. 버텨내려 안간힘을 쓰다 나도 모르게 그렇게 돼버린 건지 몰라. 어쩔 수 없어. 넌 내가 아니었으니. 같아지려 해도 너랑 같을 수 없을 걸 알았거든. 그래서 그런 건지 몰라. 미안해.

그렇게 그 아이는 부온조르노의 큰 간판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었고. 난 아직 그 앞 그 간판 아래에 있어. 아직 떠나지 못해 있어.

일주일이 지나자 모든 게 변한 듯했고, 하늘도, 집 앞 위태로이 싹을 틔우던 풀 조차 자라 더 뚜렷해졌지. 어떤 색이 될지, 어떤 모양으로 커 아름다워질지 아니면. 모르겠어. 그 모든 게 숨을 놓을 때 우린 시를 쓸 수 있을까? 아직 그러고 있을까? 알 것 같아. 우린 모두 시인이라는 착각 또는 망상에 빠진 정신병자들이었지. 오마르 그 녀석도 말이야.

한나가 내 전화를 받은 건 일주일이 지난 후였고. 다행이야, 다시 볼 수 있는 게 다행이라고. 넌 마치 그런 일 없었던 듯 말하고 웃어댔지.

그때 우린 에티오피아에 있었어. 커피를 마셨고, 그렇게 우린 에티오피아가 됐지. 그 펄럭이던 깃발이 보고 싶어.. 난 더 미쳐가고 있었던 것 같아.

잠이 오질 않아 억지로 눈을 감았더니 꿈을 꿨어. 꿈이 아니었나봐. 잠을 자지 못해 뒤척이며 이리저리 몸을 움직였는데. 그건 꿈이었을까? 이제 알았어. 그냥 다 관두고 싶어하는 걸. 그러지 못해 다시 웃고 떠들어대는 걸.


https://youtu.be/nOMBAZTp9N0?si=CzaVfMWvIf4GqQWP


We are Ethiop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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