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Yaqq7UOEHaI?si=hvHLtcumRyOT4o7g
처음 그가 등장했을 때 다들 그런 반응이었다. 저 분이 왜...
이 나라의 중식 요리사들 사이에서 전설로 통하는 그는 호텔신라 팔선을 이끌었고 요리사 출신으로 대기업 임원이 되는 신화를 창조해냈다. 말로만 들은 이야기. 꽤 오래전부터 그 이름을 들어 알고 있었고 늘상 그 이야기만 들어왔다. 후진타오, 그리고 장쩌민 중국 주석으로부터 중국 본토 요리보다 낫다 찬사를 받았다는 이야기 또한. 그랬던 그가 드디어 대중들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때 그를 보며 그들이 한 말이었다.
요리사들이 펼치는 경연 또는 싸움. 난 넷플릭스에 가입하지 않아 그 프로그램을 볼 수 없지만 아주 짧은 영상들을 통해 후덕죽 그가 요리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그렇게라도 보는 것이 즐겁다. 중국 요리에 대한 환상 같은 게 있었기에 늘 가보고 싶은 중식당은 서울의 팔선이었다. 지금은 그가 호빈의 셰프로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호빈? 귀한 손님을 모신다는 뜻이라고. 그보다는 신라호텔에 대한 동경이 있었는지도. 어릴 적 난 그 호텔에서 일하는 꿈을 꾼 적 있다. 이부진 보려고.
지금보다 더 철없던 시절의 이야기. 그냥 웃으며 떠올리는 이야기가 됐지만 그땐 진심이었다. 중요한 건 이 나이가 되도록 아직 그곳에 가보지도 못했다는 것. 마흔이 넘어서야 길 건너편에 있던 그 호텔을 보게 되고. 그날 난 장충동에 있었다. 다음에 올 때는 꼭 가보겠다고. 그러면서 남대문 시장에 만둣국 먹으러 갔지만.
난 우리나라 사람이 국물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들일 거라 확신한다. 후덕죽 그의 대표 요리는 불도장이었다. 온갖 진귀한 재료들을 넣고 그냥 오래 끓인 음식. 그가 도달한 지점이라 믿고 싶다.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의 형태를 찾은 게 아니었을까? 그런데 왜 후진타오 장쩌민이 좋아했던 거지??
모르겠고, 아무튼 부산에서만 40년 가까이 살며 수백 뚝배기의 돼지국밥을 비운 끝에 내린 결론은 난 된장을 푼 맑은 국물이 좋다는 것. 범일동의 그 돼지국밥집이 1등이라고. 범천동 할매국밥을 아직 안가봐서 확신할 수 없지만 그 집 고기는 질이 다르다는 것 또한 말하고 싶다. 국물 요리에 있어 그 안에 들어간 재료들은 그 물의 형태를 변화시켜서는 안된다고. 그게 그가 내린 결론이 아니었을까?
난 후덕죽이라는 인물을 우러러보다 점점 나를 동화시키기에 이른다. 내가 그가 되는 꿈을 꾼다. 그가 내가 되고. 그냥 최고가 되고 싶어 그러는 것이었다.
세상에 1등은 없다 난 말하지만 내 꿈 또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런 존재가 필요하기도 했으니. 처음 이연복 셰프가 방송에 나오고 그가 중식 대가라 불리자 후덕죽을 두고 진짜 대가는 따로 있다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런 논쟁은 의미 없는 것이었다. 누가 진짜 대가인가가 중요한가? 밥 먹을 때 틀어놓는 건 찾기도 힘든 후덕죽 대가가 불도장 만드는 영상도 아니며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이연복 대가가 요리하는 영상이었다. 최고라 불릴 사람들은 널리지 않았냐며. 그보다 훨씬 전에 방송에 나와 그 존재를 알린 여경옥 셰프 또한 있으니. 그는 후덕죽의 제자였다고.
더 어린 시절 날 감동시킨 건 이연복도 후덕죽도 아니고 여경옥이었다고. 그들이 만든 요리를 난 한 접시도 먹어본 적 없다. 그 요리사들은 내 혓바닥을 감동시킨 게 아니었고 내 감성을 흔든 것이었을 뿐. 그들이 흘려놓았던 수많은 단서들. 그중 호텔신라, 후진타오 그리고 장쩌민, 또 불도장..
일본의 오마카세 문화가 이 나라로까지 전파됐듯 정치인이 뭘 먹으면 그건 바로 위상을 얻는다는 것. 내게 신라호텔은 그런 영역이었다. 그곳에서 밥을 먹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돈 많은 사람들.
돈 많은 사람들이 많아 이제 그런 곳은 영역이라 불릴 만한 장소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정치인은 여전히 아무나 될 수 없는 직업. 그런 모습으로 앉아 그들이 만든 요리를 맛보는 자리는 여전히 영역이라 불릴만한 것. 사람들은 왜 요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펼쳐놓는 것일까? 블로거들은 왜 소오오오오오오오오올직 후기를 하는 거지? 나도 그런 지위를 얻을 수 있는 세상이 되어가기에.
이 나이가 되어서야 그가 요리하는 모습을 보고 그가 만든 요리를 보며 드는 생각은 그는 진짜 다르구나, 보다는 재미있구나. 요리를 그냥 재미있게 한다는 생각이. 즐길 게 그렇게 많은데도 진짜 재미있는 걸 찾는 게 힘든 세상이 됐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인지. 그때가 좋았어, 말로만 듣던 후덕죽의 요리, 그리고 팔선. 이제 그런 사진 몇 장으로는 성이 안 차더라고.
그가 유튜브에 등장했을 때 난 그런 말을 하는 듯했다. 저 분이 왜...
내 아버지보다도 나이 많은 남자. 그런 사람도 멋있다는 걸 보여주는 존재들이 있다면 세상은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추워. 그런 날엔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어지는 기분처럼. 그들은 왜 뜨거운 국물을 입에 댄 뒤 넘기고는 시원하다 말하는 걸까?
한국의 국물 요리, 그리고 밥과 반찬들
https://youtu.be/shx4SSljr7g?si=mHtnmRb6PywDMh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