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만약 no other choice라면.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직업을 고른다. 또 장래 희망을 이야기한다. 그건 강요와도 같았다. 받아들일 만한 강요였다.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그런데 만약 그 꿈을 이루지 못한다면 말이다. 당신이 감당해 줄 것도 아니면서. 그 좌절감 절망의 감정을.
난 뭐가 되고 싶었지? 우습게도 작가라고 쓴 적도 있었다는 것이다. 요식업을 썼던 것이 생각난다. 모두 가능성이 있는 것들, 직업. 대통령 과학자를 쓴 적은 없었다. 돌아보니 쓸모없는 짓 같았다 생각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건 지난날의 날 돌아보게 하니까. 어떤 아이가 그 모습을 그린다. 누가 자꾸 날 보는 것 같만 같아.
누군가 날 동경하고 선망해 그 시선으로 인해 등이 따갑다. 잠에서 깬다. 꿈을 깨면 꽤 먼 길을 떠나 돈을 벌러 가야 한다. 컵라면 한 개, 빵 한 두 개, 그리고 과자도 사 챙긴다. 몇 개의 횡단보도를 지나면 곧 낙지집이 보이고 그 가게 앞을 지날 때면 슬 걱정이 든다. 버스 갔을까? 몇 분 더 기다려야 하지? 아니다, 오늘은 좀 천천히 가고 싶다 그런 말을 해댄다. 누가 내 옆을 함께 걷는 듯이 말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하나 둘 버스에 오르고 가끔 술 냄새도 풍겨온다. 어떤 남자에게서는 담배 냄새도 난다. 내 손에서 나는 냄새인가? 그렇게 후후 불고 손가락을 탈탈 털었는데도. 그건 지난 어느 날 한 친구 녀석이 내게 가르쳐 준 것이었다. 손가락을 펴서 이렇게...
어쩔 수 없어. 요즘은 그런 생각이 날 지배하는 듯도 하다. 자기합리화인지. 그게 맞다는 생각을 하니까. 뭘 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무슨 직업을 가지고 어떤 일을 하느냐가 중요한 건 아니었다고. 무슨 일을 해도 어떻게 해도 넌 목숨을 걸고 싸워야 했으니까. 대통령이 됐든 대통령 밥을 해주는 사람이 됐든 말이다. 어제 윤석열 사형 구형을 보고서는 어느 정도 충격도 받는데. 사형이라고?
꼭 큰 죄를 지어야만 그렇게 큰 벌을 받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진짜 인간은 모두 죄인인가? 그렇다면 참 다양한 직군에 있는 다양한 죄인들이다. 그 중 난 글 쓰는 인간이 그럴듯해 보였는지도.
소리 쳐 오지 말라 하고 싶지만. 여긴 있을 만한 곳이 아니라며 다른 데로 가라 해도 듣지 못한다. 마침내 이상한 낌새라도 알아차린 듯 머뭇거리는데. 언젠가부터는 뭐가 되겠다는 꿈도 없었던. 가게라도 차려야 하나? 돈은 어떻게 마련하지? 그런 생각 중 불현듯 방향을 틀고. 다시 소리친다. 가지 말라고!!!
내가 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 아빠가 딸을 보듯, 머피가 이 목소리를 듣기를.
선택은 내 몫이었지만 책임은 당신 몫이 아니더라고. 그건 결국 내 인생이었을 뿐. 그건 세뇌를 위한 질문 따위가 아니었고 난 스스로를 감당해야 할 운명이었을 따름이다. 그런 운명을 짊어진.
시위대를 향해 총을 쏘고 시위에 뛰어든 사람들 머리 통을 하나씩 구멍 내고 쪼개는 일도 직업인가? 그건 슬픈 일 같다. 발포할 결심을 하는 건 그들이 아닐 테니. 그렇지만 방아쇠를 당기는 건 나였다는 것을. 쏘지 마 소리 지르고 싶지만. 멈추라고 큰 목소리로 말하고 싶어도 할 수 없고 그래서 듣지 못한다. 그건 저 담장 너머 남의 집 일이었다.
뭘해야 하지? 이렇게 가만히 있어도 되는 걸까? 어린 난 가끔 멍하니 그런 생각에 빠졌는지도. 어떤 날은 집에서 해운대까지 10km를 훌쩍 넘는 거리를 걸어서도 간다. 다 큰 난 이젠 그걸 미친 짓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 생각은 앉아서 하는 게 아니었어! 방 구석에 틀어 박혀있던 내게 말한다.
"범아!!!"
그런데 그거 우리 엄마 목소리 같은데?
흐르는 강물을 바라봤고 잠시 그곳 앞에 머무른다. 내 삶은 어디로 흐를지도 알 수 없는 것처럼 어디론가로 향하고 있었다. 난 목적지를 정한다. 바다를 보겠다고. 보긴 봤는데.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땐 버스 요금이 1200원이었나? 그 돈은 쓰겠다는 계획을 세운 뒤 떠난다. 돌아올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었는데. 누가 내 등에 총을 쐈다면. 거북이로 변신해 해운대 앞바다에 침투한 북한 간첩을 맞닥뜨리기라도 했다면.
인생이라는 직군에 모인 자들. 그들은 여전히 인생은 선택하는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들 산다.
https://youtu.be/9oI27uSzxNQ?si=tfb8_T2JNZhPUec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