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by 문윤범


요즘 버스를 타면 배우 이정재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그가 부산의 2030 엑스포 유치를 위한 홍보대사로 위촉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2030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정치권도 2030 세대들에 어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부산은 2030 엑스포를 통해 혁신을 꿈꾸는 중이다. 원도심과 서부산의 발전을 이루어낼 중요한 계기로 판단하고 있다. 박형준 시장은 어반루프 건설을 중요한 목표 중에 하나로 생각하고 있으며, 반면에 가덕도 신공항 문제는 몇 년 전부터 큰 이슈가 되어왔다. 모두 2030년에 열릴 세계 박람회와 연결되어 있는 문제다.

모든 일에는 정치적 판단이 깔려 있다. 세계 박람회조차 각 나라의 국력을 과시하는 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 1889년 프랑스 파리에는 에펠탑이 세워졌는데 세계 박람회를 위해 만든 구조물이었다. 그 배경에는 영국과의 경쟁 심리도 있었다.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에펠탑은 수정궁으로 불리는 크리스탈 팰리스, 그리고 세인트 판크라스 역을 의식해 만든 구조물로 알려졌다. 개인적으로는 폭스바겐 비틀이 영국의 오스틴 7(현 BMW 미니)에 자극받아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독일 역시 영국과 경쟁 관계에 있었다. 그런데 이번 엑스포 유치를 위한 부산시의 행보는 시대적으로 다르다. 2030 엑스포가 부산 안에서 동과 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행사로 인식되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 박람회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다른 국가의 도시들과 경쟁해야 한다.

부산은 서울이라는 도시에 큰 열등감을 가져왔다. 프랑스로 유학 가기 전에는 리옹 사람들이 파리 사람들에 큰 경쟁의식을 느낀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현지에서는 내가 마르세유 인에 비유된 적도 있고, 지네딘 지단이 마르세유 출신이라 난 듣기 좋았다. 하지만 지금 여행을 떠나라고 한다면 에펠탑을 보러 파리로 가지 않을까. 하지만 사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 볼 수 있는 것이다.

서울에 살게 된다면 집값이 비싸 걱정되지 않을까. 그만큼 얻을 수 있는, 누릴 수 있는 사회 문화적인 혜택 또한 많다. 정치는 서울에서만 하는 느낌마저 든다. 2030 엑스포는 부산의 정치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는 이견이 없지만 어반루프 같은 경우에는 시의회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정치적 싸움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동과 서로 나뉘어 서로를 헐뜯기도 한다. 현재 두바이에서 열리고 있는 엑스포에서 미국관과 중국관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이 감지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나는 해운대도 좋아하고 남포동도 좋아하는 평화주의자일까. 고래싸움에 등 터지기 싫은 돌연변이 새우일지도 모르겠다. 에펠탑을 처음 봤을 때가 생각난다. 내 눈에는 기괴했다. 저런 철 구조물이 아름다울 수도 있다니.

어반루프가 건설되면 부산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그럼으로써 부산은 서울에 경쟁하고자 하는 더 큰 열망을 안게 될 수도 있다. 영화 '도둑들'의 촬영지이기도 했던 중앙동 일대가 가로수길보다 분위기적으로 못한 건 없는데 그곳에 더 많은 다양한 가게들이 들어서지 않을까. 어느 날에는 영도도 너무 많이 변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중앙동 앞바다에서는 없던 땅을 보기에 이른다.

게임이라기에는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기왕이면 이기는 게임을 해야 한다. 그리고 삶으로 돌아와야 한다. 버스에서 이정재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뭉클하다. 드라마 속 기훈이 아니라 배우 이정재의 목소리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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