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by 문윤범


"당신을 신으로 만들어 드릴게요. 대신에 제가 지구상 최고의 인간이 되도록 해주세요."


2022년 겨울. 남자는 한 여자를 찾아간다. 그녀는 시인이다. 최고이지만 최고는 아닌. 사람들에게 인정받지만 인정받지 못하는. 그는 그녀를 존경한다. 그리고 그 존경을 표하기 위해 파주의 한 가옥을 찾는다.


자동차 한 대가 들어온다. 그녀는 창문으로 그 광경을 지켜본다. 그녀의 곁에는 강아지 한 마리가 있다. 짖는다.


그녀는 책상 앞으로 가 앉는다. 노트를 편다. 펜을 든다. 노트를 접고 노트북을 당겨온다. 펜을 놓고 키보드를 두드린다. 누군가가 문을 두드린다. 강아지는 아까부터 짖고 있다.


문이 열리고 시인의 얼굴이 나타난다. 문을 열자 낯선 남자의 얼굴이 그녀 앞에 나타난다.


"무슨 일이시죠?"

"서정화 작가님이십니까?"

"그런데요."

"반갑습니다. 선배님이라고 꼭 불러보고 싶었습니다. 윤정원이라고 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책 두 권을 냈고."

"작가? 작가가 무슨 일로"

그녀는 그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자동차에 시선을 둔다. 그는 대답을 머뭇거린다.

"저...솔직히 그냥 대화라도 한 번 나눠보고 싶어서 왔습니다."

"여긴 어떻게 알고 찾아왔어요?"

"월간지에 실린 건축물 소개를 보고 찾았습니다."

"주소 안 나오잖아요. 지도 보고? 검색해서 찾았어요?"

강아지가 다시 한 번 짖는다.

"**! 그만!"

"갑작스럽게 찾아와서 정말 죄송합니다?"

"아니 아니. 그런데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해요? 여기 집 안에서?"

여자의 시선은 거실을 향했다 다시 그의 얼굴로 향한다.


커다란 액자 속 그림. 통유리 창문 밖을 보며 그녀를 기다리는 남자. 귓속말을 주고 받는 한가한 아르바이트 생들. 그리고 다시 창문 밖으로 향하는 그의 시선. 갈색 코트에 롱부츠를 신은 채 걸어오는 그녀.

자리에서 일어서는 남자. 그리고 다가오는 그녀.

"앉으세요 앉으세요."

자리에 앉는 남자.

"아 참! 여기 계산부터 해야 되지. 뭐 커피 마시겠어요?"

"제가 계산하겠습니다."

"아니요 아니요. 뭐 아메리카노? 라떼?"

그녀는 에스프레소를 주문한다. 남자는 아메리카노를 선택했다. 계산을 한다. 계산대에 팔을 걸친 채 창문 밖을 본다. 주문이 끝난 뒤 자리로 돌아오는 그녀. 진동벨을 테이블 위에 놓는다. 여자는 다시 창 밖을 본다. 그리고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린다. 남자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다. 여자는 고개를 돌려 그를 본다.

"작가에요?"

"아, 네."

"이름이 뭐라고 했죠?"

"윤정원입니다."

"제 책들 다 사 읽었어요?"

"얼마 전에 나온 타슈켄트도 너무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그리고"

의자 아래에 놓아둔 가방에서 책 한 권을 꺼내든다. '가지처럼 갈라지다'. 갈색 배경의 책 한 권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는다. 진동벨이 울린다.

"제가 갔다 오겠습니다."

그녀는 책을 들어 표지를 본다. 책은 낡았다. 속지는 누렇다. 남자는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가 올려진 쟁반을 내려 놓는다. 여자는 책을 놓는다.





*의상팀 서정화 하의 의상, 윤정원 의상

강아지 이름 윤정원 차종은?

가방 디자인

액자 속 그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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