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맥퀸의 삶

by 문윤범

https://www.theguardian.com/lifeandstyle/2010/apr/28/alexander-mcqueen-suicide-verdict-inquest


천재 디자이너로 각광받던 알렉산더 맥퀸은 2010년 자택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나는 그의 죽음으로 인해 그의 존재를 알게 됐다. 물론 알렉산더 맥퀸이라는 브랜드가 유명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영국 왕실에서도 입는 의류 브랜드로 유명세를 치렀다. 그러나 그가 찬사 받았던 것은 패션쇼 때문이었다. 옷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는 디자이너였다. 양복점에서 바느질부터 시작한 아이가 자라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가 되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된다. 그의 브랜드는 여전히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내게 꿈이 하나 있다면 알렉산더 맥퀸의 코트나 재킷을 내 몸에 걸쳐보는 것이다.


아버지 친구분이 동네에서 수선집을 하시는데 옛날에 내 블랙진을 맡긴 일이 있었다. 무릎 쪽이 찢어져 꿰매야 했다. 별로 예쁘게 찢어지지도 않았다. 나름 아끼던 바지라 조금 더 입고 싶었다. 하지만 희망하지 않았다. 바지를 꿰매고 다녀서 예쁘기는 힘드니까. 하지만 아저씨가 솜씨를 발휘해놓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너덜너덜해진 부분은 그대로 두고 안에 검은 천만 덧댄 것이었다. 그 몇 개월 전에는 바지 끝단 쪽에 페인트가 튀어 노란 자국도 지워지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옷은 입기 나름이다. 그리고 몇 개월 뒤 찢어진 블랙진이 유행하는 것을 보고 나는 예감했다. 모든 지난 날의 재능들이 떠오를 듯했다. 미래와 과거는 항상 위치를 바꾼다. 였다는 일 것이다가 되고 될 것이다는 그랬다가 되고 말 것이다.


디자이너가 창조해낸 혁신적인 의복은 시간이 갈수록 그것에 대한 감각이 무뎌지고 익숙해져 곧 많은 사람들이 입게 된다. 진품 혹은 신상을 차지하는 자는 몇 명 되지 않는다. 줄까지 서가며 그것을 사려는 것은 맛집 입구에서 번호표를 받고 근처에서 어슬렁대는 것과 다르지 않다. 사람들이 패션에 목매는 이유는 앞서 나가야 한다는 목표 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그때 그 아저씨가 수선해 준 블랙진을 입고 이것은 알렉산더 맥퀸이다 거짓말을 했다면 사람들은 믿었을까. 남을 만족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특징이라면 우울증일지 모른다. 누가 스스로를 만족시키기 위해 일하는가. 어쩌면 모두일지 모른다. 그는 죽음을 남기고 떠났지만 내게는 영감이 되었다. 그 비참한 죽음에도 가치는 있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까. 단지 믿기 힘든 이야기였기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남을 만족시키다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삶은 비참한 것이 아닌가. 사람들이 옷을 입어보고 거울을 보며 옷을 고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거울 속 내 모습이 진짜 내 모습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걸까. 아니면 다른 누군가의 시선처럼 느끼는 걸까. 거울 속 그 남자가 그 여자가 더 이상 우울한 표정을 짓지 않기를. 그래서 사람들은 패션에 집착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알렉산더 맥퀸의 죽음이 진짜 무엇 때문인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그의 삶 안에 있던 것이다. 슬퍼할 뿐이다. 더 이상 그의 집을 볼 수 없다는 게. 문과 창문이 닫혀 있다면 사람들은 그 안을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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